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년 차 이소미(26·신한금융그룹)의 올 시즌은 ‘반전’이라는 단어로 설명이 가능하다. 데뷔 첫해였던 지난해는 27개 대회에서 열한 번이나 컷 탈락하며 부진했지만 올 시즌에는 23개 대회에서 여섯 차례나 톱10에 오르는 등 정반대의 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소미는 6월 열린 2인 1조 대회 다우 챔피언십에서 임진희와 함께 데뷔 첫 승을 합작하며 최고의 시즌을 예약했고 한동안 비어 있었던 모자 앞면에 스폰서 로고도 새로 채웠다. 19일 전남 해남의 파인비치에서 끝난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는 국내 팬들 앞에서 공동 10위로 시즌 여섯 번째 톱10 진입에 성공하며 물 오른 기량을 뽐내기도 했다.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이소미는 올 시즌 반등을 이룬 가장 큰 이유로 ‘미국 무대 적응’을 꼽았다. 그는 “미국 무대에 진출할 때부터 샷 정확도가 좋지 않았다. 그 상태로 경기를 계속 치르다 보니 기량이 점점 바닥을 향해 떨어졌다”고 돌아봤다. 이어 “또 많은 서류를 준비하고 세미나에 참석하는 등 신인으로서 해야 할 일도 많았다.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올해 제 기량을 되찾았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도 투어 선배들의 격려가 힘이 됐다. 이소미는 “한창 부진할 때 투어의 한국 언니들이 ‘2년 차에는 좋아질 거다. 걱정하지 말라’고 조언을 해줬다”면서 “당시에는 그 말의 뜻을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언니들의 말이 맞았다. 여러 문제들이 해결되니 성적이 오르고 자신감도 커졌다”고 했다.
생애 첫 우승이라는 결실을 맛보고 후원사도 새로 생겼지만 책임감은 오히려 커졌다. 이소미는 “주위에서는 올 시즌 잘했으니 심적으로 전보다 편안해졌으리라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선수가 편안해진다는 것은 방심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고 경계했다. 이어 “성적이 나고 스폰서가 생기면서 오히려 책임감이 커졌다. 지금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 전보다 더 많이 골프에 시간을 들이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을 마친 이소미는 국내에서 휴식과 연습을 병행하다 30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막하는 메이뱅크 챔피언십부터 다시 강행군을 이어간다. 특히 시즌 랭킹인 CME 글로브 순위에서 8위를 달리고 있어 60위까지 출전권이 주어지는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출전도 가능하다. 미국과 아시아를 오가는 험난한 일정 속에서도 이소미는 더 많은 대회에 출전해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아직 2년 차라 되도록 모든 대회에 참가하고 싶어요. 그 대회들 중에서 1승을 더 거두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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