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tvN ‘정년이’에서 영서 역으로 주목받기 시작해 올해 디즈니+ ‘탁류’, JTBC ‘백번의 추억’에 잇달아 출연하며 ‘시대물 퀸’으로 떠오른 배우 신예은(사진). 조선시대 최고 상단부터 1950년대 여성 국극 단원, 1980년대 버스 안내양 출신 미스코리아까지 맡은 역마다 맞춤 옷을 입은 듯 완벽하게 소화해낸 덕이다.
시청률 8%를 넘기는 등 인기를 끈 ‘백번의 추억’의 종영을 앞두고 16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예은은 “버스 안내양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제작된다는 소식을 얼핏 들었던 순간부터 출연하고 싶었다”며 “그런데 꿈처럼 출연 제의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백번의 추억’에서 신예은이 연기한 종희는 아픈 가족사를 가진 안내양 출신으로 미스코리아가 되는 인물이다. 동료로 만나 우정을 나누는 영례(김다미 분)와 재필(허남준 분)을 두고 삼각 관계를 형성하지만 질투하기 보다는 서로를 위해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풋풋한 모습이 잔잔한 감동을 만들어냈다. 신예은은 “지문에 ‘청청 나팔바지에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라고 쓰인 설명을 보고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고 생각했고 저의 웃지 않을 때 차가운 모습과 말투가 종희와 많이 닮은 것 같다”며 “특히 종희의 ‘쿨함’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청춘들을 그리면서 우정의 소중함, 가족의 애틋함을 일깨우는 따뜻한 메시지로 전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는 “마냥 잔잔하지도 너무 불타오르지도 않는 어쩌면 우리 삶에 있을 수 있고 없을 수도 있는 삶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사랑을 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드라마는 1980년대 경제 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종희, 영례, 재필과 그들 가족의 이야기로 담백하게 풀어내지만 그 안에서 벌어진 사건들은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기도 한다.
신예은은 그동안 카리스마 넘치는 역을 맡았지만 예능을 비롯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화제가 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과의 ‘애교 대결’ 등이 온라인에서 확산되며 더욱 인기를 얻었다. 그는 “제 본연의 밝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그냥 드러내니 좋아해주신 것 같다”며 “작품을 맡겨만 주시면 쉬지 않고 열심히 할테니 많이 사랑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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