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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스톡커] 월가에 퍼지는 '제2 SVB 공포', 무시해도 될까

■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美지역은행 잇딴 부실에 유가 내리고 금값 최고치

JP모건도 1.7억弗 손실…다이먼 "바퀴벌레 많아"

"시스템 위기는 아냐" 증시는 하루만에 반등 성공

증권사 실적도 양호…위험자산 회피 심리는 여전

자칫하면 연쇄 파산…연준 금리인하 속도론 '솔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 JP모건은 지난달 초 자동차 대출 업체 트라이컬러의 파산으로 1억 7000만 달러의 손실을 봤다. 다이먼 CEO는 이에 지난 14일(현지 시간) 실적발표회에서 “바퀴벌레가 한 마리 나타났다면 아마도 더 많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지역은행들의 부실 대출 문제가 연이어 터지면서 지난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공포가 미국 월가에 확산하고 있다. 과잉 신용을 바탕으로 대출을 받았다가 쓰러지는 비우량 업체들이 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금리, 부실 정도가 SVB 파산 사태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면서 일부 지역은행들의 문제가 금융권 전체로 전이될 수준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찮게 제기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받은 충격은 하루 만에 회복했지만, 위험자산에 대한 경계심은 아직 완전히 가시지는 않은 분위기다. 자칫 잘못하면 부실의 파급 효과가 커질 수도 있기에 미국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美지역은행 잇딴 부실…주식·채권·금·유가 등 금융시장 강타


지난 1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거래중개인들이 심각한 얼굴로 데이터를 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6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서부·남서부 11개 주에 거점을 둔 지역은행 자이언스뱅코프는 이날 완전 자회사인 캘리포니아뱅크앤드트러스트가 취급한 상업·산업 대출 가운데 5000만 달러를 회계상 손실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네바다·애리조나·캘리포니아주 등 미국 남서부의 또 다른 지역은행인 웨스턴얼라이언스뱅코프(WAB)도 사모투자 회사인 캔터그룹에 대한 선순위 담보권을 행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웨스턴얼라이언스뱅코프의 채권 순위가 다른 채권자보다 후순위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했다는 것이다. 웨스턴얼라이언스뱅코프는 캔터그룹에 대해 사기 혐의로 소송도 제기했다.

이날 두 지역은행의 부실 대출 소식은 곧바로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자이언스뱅코프와 웨스턴얼라이언스뱅코프의 주가는 각각 13.14%, 10.81% 급락했고, TSMC의 3분기 호실적에 힘입어 장 초반 강세로 출발했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0.6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0.63%), 나스닥종합지수(-0.47%)도 장중 모조리 하락세로 돌아섰다.

해당 소식에 충격을 받은 것은 국제 유가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39% 폭락해 올 5월 초 이후 가장 낮은 57.46달러로 주저앉았다.

위험자산에서 발을 뺀 자금은 비교적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으로 옮겨 붙었다. 이날 글로벌 벤치마크 채권은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2.8bp(bp=0.01%포인트) 하락한 3.95%로 올 3월 말 이후 처음으로 4% 아래로 떨어졌다. 채권 금리가 내려갔다는 것은 그 만큼 그 가격은 올랐다는 뜻이다. 10년물뿐 아니라 5년물 미국 국채 금리도 3.0bp 내린 3.51%를 기록해 2024년 10월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 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도 2.7bp 떨어진 3.40%로 내려갔다. 이 역시 2022년 8월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금값은 사상 처음으로 4300달러를 돌파했다.

JP모건도 1.7억 달러 손실…다이먼 “바퀴벌레 더 많을 것”


지난 2023년 3월 10일(현지 시간)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앞에서 고객들이 굳게 닫힌 정문 앞에 서서 문에 붙어 있는 안내문을 읽고 있다. AFP연합뉴스


최근 미국 금융가에서 부실 대출 문제가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 최대 투자은행(IB)인 JP모건과 지역은행인 피프스서드뱅코프도 지난달 초 자동차 대출 업체 트라이컬러의 파산으로 각각 1억 7000만 달러, 1억 7000만~2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냈다고 알렸다. 트라이컬러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본사를 두고 65개 대리점을 운영하던 회사다. 주로 신용 이력이나 사회보장번호(SSN)가 없는 고객에게 자동차 금융을 제공하는 사업을 펼쳤다. 오일필터와 와이퍼 등을 제조하는 자동차 부품 대기업 퍼스트브랜즈에 투자했던 투자은행 제프리스도 이날 덩달아 투매 대상이 돼 주가가 10.62% 급락했다. 퍼스트브랜즈는 지난달 말 60억 달러 이상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보호를 신청한 회사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14일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트라이컬러의 파산 사태를 거론하며 “바퀴벌레가 한 마리 나타났다면 아마도 더 많을 것이고 모두가 이에 대해 미리 경고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이먼 CEO는 같은 날 CNBC에서도 “우리는 14년간 신용 강세장을 겪었다”며 “트라이컬러의 파산은 신용 시장에 일부 과잉을 나타내는 초기 징후”라고 지적했다.

월가 일각에서는 2023년 3월 SVB 파산 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시 미국 내 16위 규모였던 SVB는 급격한 금리 인상과 벤처 기업 중심의 취약한 대출 구조를 이기지 못하고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 시작된 지 단 하루 만에 파산했다. 당시 이 여파로 글로벌 은행들의 주가는 크게 떨어졌고, 한 동안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도 냉각됐다. 다만 SVB 파산 사태는 2008년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처럼 여진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SVB의 투자 대상이 워낙 특수했기에 은행권 전반의 시스템 문제로 확산하지는 않았다.



“시스템 위기 아냐” 하루만에 낙관론…투자은행 실적도 양호


웰스 파고(왼쪽 맨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씨티은행, 모건스탠리,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건, 골드만삭스의 지점 간판.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미국 지역은행 위기론은 월가에서 낙관론이 하루 만에 고개를 든 덕분에 금융시장에서 오래가지는 않았다. 17일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지수(0.52%), S&P500지수(0.53%), 나스닥지수는(0.52%) 전날 낙폭을 대부분 회복하며 다시 정상 궤도로 올라섰다. 특히 트라이컬러 파산으로 1억 7000만~2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낸 피프스서드뱅코프가 이날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한 영향이 컸다. 피프스서드뱅코프는 이날 1.31% 올라 전난 낙폭(-5.96%)을 일부 만회했다.

월가에서도 지역은행 부실에 대한 우려가 과장됐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미국 증권사인 베어드는 “지역은행이 잠재적으로 직면할 대출 손실 규모를 고려할 때 자이언스뱅코프와 웨스턴얼라이언스뱅코프의 주가 하락은 과도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은행 오펜하이머는 퍼스트브랜즈에 투자했다는 이유로 폭락한 제프리스의 하락률이 너무 크다고 평가했다. 오펜하이머는 이날 제프리스에 대한 투자 의견을 ‘시장수익률(Perform)’에서 ‘시장수익률 상회(Outperform)’으로 상향 조정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도 “(지역은행 부실 대출 우려로) 광범위한 금융위기를 촉발할 만한 전이 현상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힘입어 자이언스뱅코프와 웨스턴얼라이언스뱅코프의 주가는 이날 5.84%, 3.07%씩 반등했다. 제프리스도 6%가량 주가를 회복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실적도 기업 인수합병(M&A)과 주식·채권 거래 호황에 힘입어 아직 양호한 상태다. 14일 JP모건은 올 3분기 순이익이 143억 9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증가했다고 밝혔다. 주당순이익(EPS)도 5.07달러로 시장조사 업체 LSEG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4.84달러)을 웃돌았다. 골드만삭스도 같은 날 실적 보고서에서 3분기 순이익이 41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EPS는 12.25달러로 LSEG 집계 전문가 전망(11달러)을 상회했다. 씨티그룹의 순이익도 15% 증가한 38억 달러를 기록했다. 15일 모건스탠리도 역대 최대 수준의 3분기 매출을 공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또한 EPS와 매출이 예상치를 웃돌았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는 여전…연준 금리인하 속도론 ‘솔솔’


비트코인 삽화.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위험자산에 대한 불안 심리가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었다. 17일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추가로 하락해 10만 3000달러 선까지 내려갔다. 지난 6월 이후 4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가상자산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도 3600달러대까지 떨어져 8월의 최고점보다 25% 정도 낮은 가격을 형성했다.

지역은행 문제가 이달 28~29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확실하게 내릴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CNBC의 방송 진행자 짐 크레이머는 이날 “은행 대출이 부실해져 연준이 조만간 금리를 인하하고 싶게 됐다”며 “신용 손실은 연준이 더 빨리 움직이도록 하는 최대 동기 부여이자 경제가 하강하고 있다는 결정적인 신호”라고 분석했다.

실제 17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은 연준이 이달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을 전날 96.3%에서 99.0%로 높여 반영했다. 연준이 현 4.00~4.25% 금리를 그대로 동결할 가능성은 사라졌고, 0.50%포인를 한 번에 내릴 ‘빅컷’ 확률이 1.0%로 올라갔다. 이 역시 투자자들이 미국 지역은행에 대한 불안감을 완전히 씻지는 못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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