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포스터 속의 ‘설문대할망’을 꼭 빼닮은 고완순 할망(‘할머니’의 제주 사투리)이 18일 저녁 제주도 서귀포시 천지연폭포 앞 광장 특설무대에서 열린 ‘2025 문화의 달 개막식’의 대미를 장식했다. 제주시 조천읍에 거주하는 고완순(87) 할머니는 제주 4·3 사건의 학살에서 살아남으신 분이다. 당시 9살의 나이로, 4살 동생을 포함해 일가족 6명을 잃었다고 한다. 그는 이날 무대에서 당시를 증언하며 “살아남아 오늘 이런 좋은 자리에 있을 수 있어 고맙다. 이제 제주도가 다시 그 어떤 고통도 없고 평화로운 섬으로 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설문대할망은 제주도 신화에서 제주의 땅과 자연을 만들었다고 일컬어지는 어머니 신이다. 1만 8000여 신이 있는 ‘신들의 나라’ 제주도에서도 으뜸신이다. 고완순 할머니는 제주4·3의 상징 인물 중에 한 분으로. 지난 8월에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광복 80주년, 국민주권으로 미래를 세우다’ 행사에서 국민 대표 80인 자격으로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현 문화체육관광부 수장인 최휘영 장관도 자리를 함께 했다. 부인이 제주 출신인 최 장관은 “여러분 방갑수다예~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휘영이우다, 저는 예쁜 제주 색시에게 장가 온 육지사위우다”이라고 개인사를 소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설문대할망이 다른 할망으로, 또 다시 ‘제주의 사위’로 해서 제주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역사와 삶이 이어지는 셈이다.
올해 ‘문화의 달’ 행사는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다시! 하늘과 바람과 바다: 서귀포가 전하는 신들의 지혜’를 주제로 열렸다. 행사는 19일까지다. ‘문화의 달’은 문체부가 지역에서 문화예술의 저변을 넓히고 특색있는 문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18일 개막식에서는 서귀포 주민들이 참여한 ‘칠십리 거리행진’에 이어 설문대할망 신화를 재해석한 주제공연 ‘설문대할망 본풀이’과 함께 가수 정미조, 혼성밴드 자우림의 공연도 열렸다. 행사는 19일까지 이어진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지역 행사와 축제 등 특색있는 정책을 추진한 ‘우수 로컬100’에 대해 문체부 장관 표창 수여식도 진행됐다. 충남 홍성군 문당환경농업마을과 대구 중구 ‘근대로의 여행 골목투어’, 광주 동구의 ‘충장축제&버스킹 월드컵’이 ‘우수 로컬100’으로 선정돼 최 장관으로부터 표창장을 직접 받았다.
최 장관은 “독특하고 고유한 생활 문화야말로 제주도만의 문화 자산이자, 전 세계가 제주를 사랑하는 이유”라며 “아름다운 섬 제주와 진주와 같은 서귀포의 매력이 한층 더 밝게 빛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오순문 서귀포시장은 환영사에서 “이번 ‘문화의 달’ 행사와 ‘서귀포 칠십리 축제’의 만남은 신화를 품과 자연과 대화하며 공동체의 삶을 문화로 일궈 서귀포 다음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주는 자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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