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가 중반전에 접어들며 여야 간 상대방을 향한 공세가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권 비리를 집중 추궁하며 ‘내란 청산’ 기조를 이어가고 국민의힘은 10·15 부동산 대책과 캄보디아 사태를 앞세워 반격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하면서 야당 내부에서는 자충수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19일 기자 간담회에서 “민주당이 야당 시절부터 꾸준히 제기해온 윤석열·김건희 부정 비리 의혹들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며 “내란 청산과 민생 회복이라는 두 축을 지켜내겠다”고 강조했다. 일부 상임위에서 막말이 오가는 등 ‘정쟁 국감’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다소 차분하게 진행되지 않은 점은 있다”면서도 “국민의힘이 (국감을) 난장판 만들어 파행시키는 걸 목표로 삼지 않았느냐”고 책임을 야당에 돌렸다.
민주당은 이번 주 국감에서도 사법부의 대선 개입, 명태균 게이트 등 전 정권 관련 의혹을 파헤친다는 입장이다. 당장 법제사법위원회는 20일 서울중앙지법 감사에서 내란 사건 재판을 담당하는 지귀연 부장판사의 룸살롱 접대 의혹, 윤 전 대통령 석방 결정 등을 집중 질의한다. 행정안전위원회는 23일 서울시 국감에 명태균 씨를 증인으로 불러 오세훈 서울시장의 ‘명태균 게이트’ 의혹을 규명할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부동산 대책과 캄보디아 사태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대출 문은 닫히고 전세는 사라지며 실수요자는 절벽 끝에 내몰렸다”며 “정부는 ‘10·15 재앙’을 내놓은 지 하루 만에 보유세 인상까지 예고하며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던 대통령의 약속도 뒤집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캄보디아 내 한국인 범죄 피의자를 송환한 데 대해서는 “피해자 구출이라는 최우선 과제를 뒤로한 채 피의자 송환을 ‘실적’으로 포장했다”고 직격했다.
국민의힘은 또 ‘추미애 방지법’과 ‘김현지 방지법’을 발의하겠다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추미애 방지법은 교섭단체의 간사 추천권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상임위원장의 질서 유지권 남용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발언하지 않은 의원이 남아 있을 경우 토론 종결을 금지하도록 했다. 김현지 방지법은 위원회 재적 위원 3분의 1 이상이 서면으로 증인 출석을 요구하면 다수결 의결 없이 자동으로 증인 채택이 이뤄지도록 하는 내용이다.
여당은 야당 공세를 적극 방어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의 자치구별 공급 계획을 발표하는 정밀 공급 대책에 대해 “정책위에서 검토하고 있고 긍정적으로 검토되면 연말 연초 발표를 고려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이번 대책의 핵심은 보다 구체적인 공급 정책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며 “구체적 공급 대책 전에 실거주자를 보호하는 정책을 펼쳐야 연내 발표될 대규모 공급의 혜택이 청년과 서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야당이 요구 중인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출석 여부를 두고는 “중대하게 확인돼야 할 의혹이 불거져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의 윤 전 대통령 면회 사실도 정가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민주당은 “제2의 내란 선동”이라며 맹비난했다. 정청래 대표는 “윤석열 면회는 헌법에 대한 조롱이고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며 “이러니 국민의 적과 같은 위헌 정당 국민의힘을 해체시키자고 국민들이 두 주먹 불끈 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장 대표의 윤석열 면회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일본 극우 세력의 망동과 다를 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도 후폭풍이 거세다. 국정감사를 계기로 국민의힘이 모처럼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는데 장 대표의 돌발 행동이 단일대오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것이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 대표께서 국민의힘을 나락으로 빠뜨리는 데 대해 책임을 지셔야 한다”며 “그만하시라”고 직격했다. 당내 소장파로 분류되는 김재섭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의 단체대화방에서 “부동산·관세 등으로 이재명 정부에 균열이 생기고 있고 거기에 우리 의원님들이 힘을 모아 싸우고 계신다”며 “당 대표로서 무책임하고 부적절한 처사였다. 해명해주길 바란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역풍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신지호 전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간만에 공수교대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렇게 먹잇감을 던져주는 것은 해당 행위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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