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성의 짧은 소아 전신마취는 단기적으로 아이의 지능이나 행동 발달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은 이지현·지상환 소아마취통증의학과 교수팀이 2020~2023년 생후 2세 미만 소아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이 같은 임상 연구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17일 밝혔다.
현재 소아 수술이나 시술에서 전신마취 시 가장 흔히 사용되는 방법은 흡입 마취제를 이용하는 것이다. 3세 미만의 영유아가 3시간 이상 혹은 반복적으로 전신마취를 받을 경우 뇌 발달에 해로울 수 있다고 알려졌지만, 짧은 전신마취는 해당 연령대에도 시행된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 입장에선 마취로 인해 뇌 발달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다.
연구진은 흡입마취제 사용에 따른 발달 영향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약 2시간 이내의 짧은 수술을 1회 받은 생후 2세 미만의 환자 400명을 무작위로 선정했다. 이후 이들을 흡입마취제 세보플루란 단독 사용군과 흡입마취제 농도는 30%가량 줄이고 대신 진정제인 덱스메데토미딘과 진통제 레미펜타닐을 함께 투여한 병용군으로 분류했다. 두 그룹의 평균 마취 시간은 약 75분으로 차이가 없었다.
이후 이 환자들이 만 28∼30개월이 됐을 때 비언어적 지능검사(K-Leiter-R)와 보호자 보고식 행동·정서 발달 평가(CBCL)를 실시해 발달 상태를 비교했다. 그 결과 흡입마취제만 투여한 단독군과 마취제 농도를 줄인 병용군 사이에 지능지수(IQ), 행동·정서 발달, 언어 능력 등 모든 평가 항목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관찰되지 않았다.
지상환 교수는 "현재까지는 짧은 전신마취가 아이들의 인지나 정서 발달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만 5세 시점의 추적 평가를 통해 장기적 안전성을 최종적으로 검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마취과학(Anesthesiology)' 최근 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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