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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중 폰 사용 '불법' 됐다…과잉입법 논란도 [법안 돋보기]

내년 1학기부터 시행…폰 사용 원칙적 금지

휴대폰 소지 등 학교 자율에 맡겨 한계

학생 인권 침해 논란에 '과잉입법' 지적도

2025학년도 10월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14일 대구 수성구 정화여자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1학기가 시작되는 3월부터 초·중·고등학교에서 수업 중 스마트폰 등 스마트기기 사용이 법적으로 금지됩니다. 지난 8월 국회 본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됐기 때문인데요. 그간 교육 현장에서 이른바 '몰폰(몰래 스마트폰 사용)' 문제가 끊이지 않고 교권 침해 논란이 커지자 아예 법으로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한 것입니다.

법이 시행되면 교권 강화와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예방 효과가 나타날 전망입니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 지나치게 세세하게 사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니냐는 '과잉입법' 논란도 만만치 않습니다.

내년 1학기부터 시행...예외 상황 제외하고 전면 금지


국회는 지난 8월 27일 본회의에서 '학생은 수업 중 휴대전화 등 스마트 기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일명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 금지법)을 통과시켰습니다. 내년 3월부터 △장애·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보조기기 사용 △교육 목적 사용 △긴급 상황 대응 시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스마트 기기 사용이 법적으로 제한되는 셈입니다.

스마트 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생활지도는 아동복지법상의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부칙도 법 안에 들어 있습니다. 이로써 교사가 학생의 스마트폰 사용을 제지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강화될 전망입니다.

이렇듯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을 법으로까지 막게 된 것은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5년 청소년 미디어 이용 습관 진단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을 스스로 자제하지 못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겪는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청소년이 21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여기에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교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도 법 통과에 한몫했는데요. 지난 2023년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교육부는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를 시행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법이 아닌 행정지침에 불과해 강제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그러다 작년 10월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가 "교육 목적의 휴대전화 수거는 인권침해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면서 드디어 반전의 계기가 마련됐습니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2014년부터 줄곧 교사의 휴대전화 수거가 '인권침해'라는 판단을 유지해 오다 입장을 바꾼 것입니다.

이때부터 국회에서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을 법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입법 활동이 탄력을 얻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 국민의힘 소속 조정훈·서명옥·이인선 의원이 각각 관련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조 의원은 법안 발의 제안 이유에서 "한국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며 "학생의 정신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이라고 했습니다. 그간 학생 인권에 방점을 두던 더불어민주당도 이 법을 크게 반대하지 않았는데요. 그만큼 교권 보호와 학생의 디지털 과의존 예방이라는 취지에 상당히 공감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처벌 규정 없는 '종이호랑이'...학교 자율에 맡긴 한계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제9차 본회의가 끝난 후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이 법의 한계도 뚜렷합니다. 법이 스마트폰 사용 금지만 명시하고 있을 뿐, 위반 시 처벌 규정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또 제한 기준과 방법, 처벌 수위를 각 학교의 학칙에 위임하고 있어, 법적 구속력이 실질적으로 약하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게다가 입시에 목숨을 거는 우리나라 교육 환경을 고려하면 학교가 학생들을 제대로 제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하다 걸린 학생을 강하게 처벌하면 대입 등 상급학교 진학에서 불리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어서입니다.

법은 스마트 기기 사용에 있어서 교육 목적이나 긴급한 상황 대응 등 몇가지 예외를 두고 있기도 한데요. 바로 이 예외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학생이 학습이나 긴급한 상황을 이유로 스마트폰을 썼다고 하면 그야말로 애매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학생 인권 침해 논란…'과잉입법' 지적도


이 법이 학생을 수동적·통제의 대상으로 보고, 스스로 사용을 조절할 기회를 박탈해 시민성 훈련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나옵니다. 굳이 이런 것까지 법으로 일일이 정하냐는 '과잉입법' 논란도 있고요. 이 법이 통과될 때 본회의에 참석한 의원 163명 중 115명은 찬성했지만 31명은 반대, 17명은 기권했는데요. 그만큼 의원들이 교권과 학습권 강화를 위한 이 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법으로까지 금지하는 데 있어선 고민이 적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스마트기기 사용이 아이들의 발달에 위해한 점은 공감하지만, 아이들 간에 충분히 논의를 통해 결론 내릴 수 있는데 사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아이들에게 큰 상처를 남긴다"며 우려했고, 전용기 민주당 의원도 "학생이 수업 중 스마트폰을 썼다고 해서 불법을 저질렀다고 규정하는 것은 결코 적절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이런 논란 속에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 금지법'은 내년 3월 시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법의 실효성을 높이면서도 학생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세부 기준을 마련하고, 단순한 금지를 넘어 학생 스스로 디지털 기기를 건강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적 접근도 병행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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