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32)은 2015년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진출해 통산 12승을 거두고 있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박세리(25승), 박인비(21승), 고진영(15승)에 이어 승수가 네 번째로 많다.
하지만 2020년 11월 펠리컨 위민스 챔피언십 제패 이후 5년이라는 긴 우승 가뭄을 겪는 중이다. 그 동안 좋지 않은 성적과 김세영 답지 않은 플레이로 인해 에이징 커브(노쇠화에 따른 기량 저하)를 걱정하는 이들도 많았다.
김세영이 고국에서 열리는 유일한 LPGA 투어 대회 첫날 보란듯이 선두권에 이름을 올리며 부활의 날개를 펼 채비를 마쳤다.
김세영은 16일 전남 해남의 파인비치 골프앤리조트(파72)에서 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30만 달러)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이글 1개와 버디 8개를 쓸어담아 10언더파 62타를 쳤다. 2위에 1타 앞선 단독 선두다.
1번 홀(파4)에서 출발한 김세영은 첫 홀부터 버디를 기록하며 포문을 열었다. 이후 4개 홀에서 파를 기록한 그는 6번 홀(파5) 이글을 시작으로 9번 홀(파4)까지 4개 홀에서 무려 5타를 줄이며 순식간에 선두로 치고 올라갔다. 특히 6번 홀에서는 7m 남짓한 중거리 이글 퍼트를 짜릿하게 성공시키며 갤러리들의 엄청난 박수 갈채를 받았다.
후반에도 김세영의 날카로운 경기력은 그대로 이어졌다. 11번(파4)부터 15번 홀(파3)까지 5개 홀에서 3개의 버디를 추가하며 단독 선두 자리를 차지한 그는 이후 18번 홀(파4)에서 1타를 더 줄이고 첫 날 경기를 마쳤다.
경기 후 김세영은 “초반 버디 기회들을 많이 놓치면서 아쉬웠는데 6번 홀 이글 퍼트를 성공시키고 나서 흐름을 바꿀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우승을 하고 싶다. 우승을 위해서는 실력뿐 아니라 운도 필요하다. 대회가 열리는 해남이 부모님 고향과 가까워 많은 가족들이 이곳을 찾아 응원을 해줬는데 그 힘을 받아서 꼭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통산 7승의 김효주도 불을 뿜었다. 이글 1개와 버디 6개를 집중하며 9언더파로 단독 2위에 올랐다. 김효주는 이번 대회에서 3월 포드 챔피언십 우승 이후 세 번이나 이어진 ‘준우승 잔혹사’를 끊어내고 시즌 2승 달성을 노린다. 아직 우승이 없는 투어 12년 차 린디 덩컨(미국)이 김효주에 1타 뒤진 공동 3위(8언더파)로 뒤를 이었다.
올해 6월 2인 1조 대회 다우 챔피언에서 임진희와 함께 생애 첫 승을 일궈낸 이소미가 6언더파를 적어 교포 선수 노예림(미국) 등과 함께 공동 7위에 이름을 올렸다. 분발이 필요한 윤이나와 박성현은 각각 1언더파와 이븐파에 그쳐 중하위권으로 첫날을 마쳤다.
올 시즌 한국 선수들과 똑같이 5승을 합작 중인 일본 선수들의 출발도 좋았다. 신인상 레이스 2위에 올라 있는 다케다 리오가 7언더파 공동 4위에 올랐고 시즌 1승의 이와이 아키에가 5언더파 공동 12위다.
이번 대회는 LPGA 투어 가을 '아시안 스윙'의 두 번째 대회로 오는 19일까지 나흘간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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