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이후 금연하더라도 담배를 계속 피우는 사람보다 언어 유창성과 기억력 등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현저히 늦춰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미카엘라 블룸버그 박사 연구팀은 14일 의학 저널 '랜싯 헬시 롱제비티(Lancet Healthy Longevity)'에 발표한 논문에서 금연이 노년층의 인지 기능 저하 속도를 늦춘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영국·미국·유럽의 50세 이상 성인 4718명을 대상으로 금연자와 흡연자를 1 대 1로 비교했다. 두 그룹은 연구 시작 당시 인지 능력 점수뿐 아니라 나이, 성별, 교육 수준, 출생 국가 등 주요 요인을 동일하게 맞췄다. 이후 연구 시작 전후 6년씩, 총 12년간 이들의 언어 유창성과 기억력 변화를 추적했다.
그 결과 금연 직전 6년 동안은 두 그룹 모두 인지 점수가 비슷한 속도로 감소했지만 금연 이후 6년부터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금연자의 언어 유창성 저하 속도는 흡연자보다 약 50% 느렸고, 기억력 저하 속도는 약 20% 느렸다.
연구진은 “흡연자의 언어 유창성과 기억력이 1년치 노화가 진행된다면 금연자는 노화가 6개월 정도, 기억력은 3~4개월 정도 덜 진행되는 셈”이라며 금연 효과를 수치로 환산해 설명했다.
흡연이 뇌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명확하다. 담배는 뇌로 가는 산소 공급을 담당하는 혈관을 손상하는 등 심혈관 건강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또 흡연은 만성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해 뇌세포를 직접적으로 손상시키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논문 공동 저자인 앤드루 스텝토 교수는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느릴수록 치매 위험이 낮다”며 “이번 결과는 금연이 치매 예방 전략의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치매 발병 자체에 대한 직접적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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