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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갈아치운 Z세대, 10대·20대는 왜 분노할까[글로벌 왓]

마다가스카르 반정부 시위에 대통령 탄핵

Z세대 중심 시위 19일 만에 대통령 축출

네팔 이어 또 한번 Z세대가 정권 무너뜨려

국회의원 급여 셀프 인상 등 부패에 분노

마다가스카르 청년들이 14일(현지 시간) 안타나라리보에서 대통령 탄핵을 외치며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네팔에 이어 마다가스카르 정부까지 무너지면서 정권 붕괴를 이끈 Z세대가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취업난과 생활고와 같은 경제 문제 해결을 내팽개치고 개인적인 이해관계만 챙기는 정치인과 고위 관료를 향한 분노가 Z세대를 들끓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남아시아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젊은이들에게 친숙한 소셜미디어(SNS)를 타고 번지자 각국 정부가 Z세대 분노를 달래려 애쓰고 있다.

마다가스카르 의회는 14일(현지 시간)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탄핵을 의결했다. 의회는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의회해산령을 거부하고 전체 163석 가운데 130표의 찬성으로 탄핵을 의결했다. 탄핵 의결 정족수인 재적 의원 3분의 2를 훌쩍 넘었다.

2주 넘게 이어진 Z세대 반정부 시위에 합류한 군부는 의회의 탄핵 의결 직후 정권 장악을 선언하며 의회를 제외한 모든 국가기관의 해산을 명령했다. 육군 행정·기술 장교로 구성된 엘리트 군조직 캡사트(CAPSAT) 부대의 마이클 랜드리아니리나 대령은 "우리가 권력을 잡았다"고 선언했다. 그는 "최대 2년의 과도기 동안 의회·정부·사법부 연합체가 국가를 운영할 것"이라며 "이 기간 새 헌법 제정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고 점진적으로 새로운 기관 설립을 위한 선거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대통령궁 앞에 무장 군대가 주둔하는 것은 명백한 쿠데타 시도"라며 "대통령은 임기를 보전하며 헌법 질서를 유지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지난달 25일 수도 안타나나리보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생) 주도로 잦은 단수와 정전에 항의하는 시위가 시작됐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내각 전체를 해임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대통령 사임을 촉구하는 전국적 반정부 시위로 격화했다. 지난 11일 시위에서 수도 안타나나리보 외곽 소아니에라나 지역의 캡사트 부대가 "발포 명령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하며 시위대에 합류했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피신한 채 사임을 계속 거부했지만 탄핵 의결로 축출됐다.

아프리카 섬나라인 마다가스카르는 1960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후 정치 불안정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인구의 약 75%가 빈곤선 이하로 생활할 정도로 세계 최빈국 중 하나다. 2009년 반정부 시위를 주도해 마르크 라발로마나나 대통령을 퇴진시키고 과도 정부 수반으로 취임한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2013년 대선에 불출마했으나 2018년 대통령에 당선돼 복귀했고, 2023년 재선에도 성공했다.

마다가스카르는 네팔에 이어 최근 전 세계에서 Z세대 시위가 정부를 무너뜨린 두 번째 나라가 됐다. 네팔에서는 지난달 5일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엑스(X·옛 트위터) 등 26개 SNS의 접속을 차단한 정부 정책에 반발하면서 젊은이들의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다. 네팔 정부는 가짜 뉴스가 확산한다며 SNS를 막았지만 젊은 층은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반부패 운동을 억누르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부패감시단체 국제투명성기구(TI)에 따르면 네팔은 부패인식지수 조사에서 전체 180개국 가운데 107위였다. 반정부 시위로 인한 사망자가 72명에 달하면서 총리가 물러났다.



최근 벌어진 도미노 반정부 시위는 지난 8월 인도네시아에서 처음 시작했다. 지난해 9월부터 인도네시아 하원 의원 580명이 주택 수당으로 1인당 월 5000만 루피아(약 430만 원)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분노한 대학생과 노동자 수천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5000만 루피아는 자카르타 월 최저임금인 540만 루피아의 약 10배에 달한다. 국회의원 특혜에 반대하는 시위는 전국으로 확산해 방화와 약탈 등이 벌어졌고, 경찰 장갑차에 깔려 숨진 오토바이 배달 기사를 포함해 10명이 숨지고 20명이 실종됐다. 인도네시아 정부와 의회는 논란이 된 국회의원 주택수당을 포함한 여러 특혜를 폐지하고, 스리 물야니 재무부 장관 등을 교체하는 내각 개편을 했다.

네팔과 마다가스카라의 Z세대 분노가 정권 교체까지 이어지면서 주변국들에게 미칠 영향에 이목이 집중된다. 인도네시아·동티모르·필리핀·케냐·파라과이·페루·아르헨티나 등 Z세대 시위가 번졌던 국가에서 또 한번 Z세대가 집단 반발하는 도화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로코 정부도 위기감을 느끼면서 젊은 층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Z세대 달래기에 나섰다.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나디아 페타 알라위 재무장관은 이날 싱크탱크 스팀슨센터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최근 자국에서 벌어지는 Z세대 시위가 나라를 위한 '경종'이 됐다면서 "예산 한 푼 한 푼이 최대한 젊은 세대의 기회를 만드는 데 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로코에서는 지난달 27일 이후 교육·의료 등 정부의 기본 서비스 질 개선을 요구하는 Z세대 청년들의 시위가 여러 도시에서 확산했다. 시위대는 2030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공동 개최와 오는 12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유치를 위한 재정 집중 투입 등 모로코 정부의 예산 지출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이달 1일에는 경찰서 점거를 시도하던 시위대 3명이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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