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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전설을 담고 있는 바구니 깃대[골프 트리비아]

미국 메리언 골프클럽 이야기

보비 존스의 1930년 그랜드슬램

벤 호건의 1950년 컴백스토리 무대

메리언 골프클럽의 바구니 깃대. Getty Images




일반적으로 그린의 깃대에는 깃발이 매달려 있다. 펄럭이는 깃발을 보고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가늠한다. 독특하게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메리언 골프클럽의 이스트 코스 깃대에는 깃발 대신 가는 고리버들 가지를 엮어 만든 바구니가 달려 있다. 메리언의 로고에도 바구니 깃대가 들어가 있다.

메리언의 이스트 코스가 개장한 건 1912년이다. 설계자는 휴 윌슨으로 그는 이 코스를 디자인하기 전 스코틀랜드에 약 7개월 동안 머물며 고전 코스들을 연구했다. 당시 여행에서 얻은 영감들이 메리언 이스트 코스 설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독특한 바구니 깃대도 스코틀랜드 여행에서 얻은 아이디어다. 어느 날 스코틀랜드 양치기들과 우연히 마주쳤는데, 그들은 지팡이를 하나씩 들고 다녔고 그 끝에는 바구니가 매달려 있었다. 양치기들은 바구니 안에 점심거리를 넣어 두었다. 바구니는 동물들로부터 음식물을 보호하기 위한 용도였다. 이를 본 윌슨은 깃발 대신 바구니를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바구니 깃대는 바람이 불지 않더라도 깃대가 잘 보이는 효과가 있지만 반대로 바람의 방향을 알려주진 않는다. 전반 9홀에는 붉은색 바구니가, 후반 9홀에는 오렌지색 바구니가 있다.

1950년 US 오픈 때는 바구니 대신 깃발이 걸리기도 했다. 한 해 앞서 열린 US 여자아마추어챔피언십 당시 한 선수가 바구니에 볼이 맞고 튕기자 불안감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바구니 깃대가 메리언의 상징이 되면서 미국골프협회(USGA)는 이 코스에서 열린 USGA 대회 우승자에게 트로피와 함께 바구니 깃대를 부상으로 주고 있다. 독특한 깃대가 유명해지면서 간혹 분실되는 경우도 있는지, 골프장 측은 매일 밤 바구니 깃대를 수거해 따로 보관하고 있다.



메리언에는 두 전설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한 명은 보비 존스다. 그가 처음으로 미국 전국 규모의 대회에 출전한 게 1916년 US 아마추어챔피언십인데, 당시 대회가 메리언에서 열렸다. 존스가 1924년 첫 번째 US 아마추어 타이틀을 획득한 곳도 메리언이다. 그 6년 뒤인 1930년에 존스는 메리언에서 열린 US 아마추어를 제패하면서 한 해에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제패하는 역사상 유일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현대 프로골프 투어가 정립되기 전 4대 메이저 대회는 디 아마추어(브리티시 아마추어), 디 오픈, US 오픈, US 아마추어였다. 전례 없던 존스의 위업을 설명할 단어를 찾던 애틀랜타 신문의 한 기자가 그랜드슬램이란 단어를 처음 사용했다.

존스는 당시 36홀 매치플레이 방식으로 열린 결승에서 상대를 7홀 남기고 8홀 차로 이겼다. 메리언 이스트 코스의 11번 홀에는 이를 기념하는 표지판이 있다. 그곳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로버트 타이어 존스 주니어(보비 존스의 본명)가 1930년 9월 27일 이 홀에서 US 아마추어 챔피언십을 제패해 그랜드슬램을 완성했다.”

또 하나의 전설은 벤 호건 이야기다. 호건은 1949년 2월 자동차 사고로 대퇴부와 쇄골, 발목, 갈비뼈 등 11개의 뼈가 부러지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간신히 목숨을 건졌지만 의사는 “다시는 걷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호건은 그러나 기적처럼 다시 일어나 이듬해인 1950년 1월 코스에 복귀했다. 그런 뒤 그해 메리언에서 열린 US 오픈에 출전했다.

호건은 그때까지도 심한 통증이 있어 다리에 붕대를 감고 나섰다. 최종일 후반에는 다리에 경련이 일어 게임을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는 기권을 하려 했지만 캐디의 만류로 경기를 이어 나갔다. 마침내 마지막 18번 홀. 호건은 파를 지켜야 연장전에 나갈 수 있었다. 티샷 후 홀까지 213야드 남겨놓은 상황에서 그는 ‘신조차 치기 어렵다’는 1번 아이언으로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려 파를 지켰다. 호건은 이튿날 세 명이 벌인 18홀 연장전 끝에 US 오픈 트로피를 획득하며 감동적인 컴백 스토리를 썼다.

호건이 메리언의 18번 홀에서 날린 두 번째 샷은 골프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샷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그때 사용한 1번 아이언은 현재 USGA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호건은 불굴의 의지로 병상에서 일어난 이후 11승을 더 거뒀다. 그중 6승은 메이저 우승이었다. 1953년에는 디 오픈을 제패하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했다.

메리언의 바구니에는 양치기들의 점심 대신 두 명의 위대한 전설을 포함한 수많은 골퍼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골프 치기 좋은 계절이다. 올가을에는 나름의 골프 전설을 남겨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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