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4일 남북 간 ‘평화적 두 국가론’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을 ‘주적이 아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정 장관의 답변에 여당에서도 “정부 내 조율이 필요하다”는 우려가 나왔다. 통일부는 윤석열 정부에서 기능이 마비됐던 남북 간 대화·교류 관련 부서를 복원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공개했다.
정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이 대통령이 북한을 주적으로 생각하느냐’는 김석기 외통위원장의 질문에 “저는 (이 대통령이 북한을) 주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생각한다. 위협(이라고 볼 것)”이라고 답했다.
정 장관은 ‘두 국가론을 계속 주장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두 국가론이 정부 입장으로 확정될 것”이라며 “지금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에 ‘남북기본협정 체결’이 들어 있는데, (협정을) ‘적대적 국가’나 ‘반국가 단체’와 체결할 수 있겠느냐”며 “평화 공존은 적대적 두 국가로는 불가능하다. 평화적 두 국가가 될 때 평화 공존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등 소위 ‘동맹파’의 ‘잠정적 특수관계’라는 의견과 다르다는 지적에도 “(위 실장과) 정확히 같은 의견”이라며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형성된 잠정적 특수관계 속에서 두 국가론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현 정부 외교안보팀은 모두가 ‘자주적 동맹파’”라고 부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발표한 ‘END 이니셔티브’에 대해서는 “포괄적 대화로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종식하고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열어가는 구상”이라며 “정부는 이 구상을 중심으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안내하고 한반도 평화 증진과 남북 관계 복원을 위한 노력을 지속 경주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미 정상이 만날 가능성도 상당히 높게 점쳤다. 정 장관은 북한이 2017년 11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시험발사한 뒤 남북 및 북미 대화에 나선 점을 언급하며 이달 10일 북한의 ‘화성-20형’을 공개한 것을 두고 “데자뷔라는 말이 있다”고 했다.
정 장관의 이런 기조에 맞춰 통일부도 조직개편을 예고했다. 이날 발표된 조직개편 추진 방안에 따르면 통일부는 남북회담본부를 복원하고 평화교류실·평화협력지구추진단을 신설한다. 남북 대화나 개성공단 등 경제 협력이 재개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교류·회담 기능 강화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통일부는 윤석열 정부 시절이던 2023년 9월 남북대화·교류협력 전담 부서 4개를 남북관계관리단 하나로 통폐합한 바 있다.
남북회담본부는 남북 간 연락 채널 정상화, 남북대화 국면 전환 여건 조성 및 남북회담 정례화·제도화를 추진한다. 평화교류실과 평화협력지구추진단은 △남북 경협 재개 △개성공단 정상화 △평화경제특구 조성 등을 맡는다. 이날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는 기존 평화경제특별구역이었던 고양·양주·포천·춘천 등 북한 인접 지역 15곳에 가평·속초를 추가하는 내용의 평화경제특별구역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되기도 했다. 이번 개편안에 따라 윤석열 정부 당시 617명에서 536명까지 감축됐던 통일부 직원 규모도 다시 600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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