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미국 왔을 때는 막연한 꿈 같았어요. ‘정말 노력하면 될까’라는 의문이 있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매일 똑같이 한 곳만 바라보고 하니까 결국 된다는 것을 오늘 처음 느꼈어요.”
13일(한국 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프렌치릭 리조트 피트 다이 코스(파72)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2부 콘페리 투어 파이널스 최종전 콘페리 투어 챔피언십. 대회 종료 후 열린 PGA 투어 카드(시드권) 전달식에는 태극기를 어깨에 두른 ‘불곰’ 이승택(30)도 있었다. 이 대회를 공동 24위(2언더파)로 마친 그는 시즌 랭킹 13위에 올라 상위 20명에게 주는 내년 PGA 정규 투어 출전권을 받았다.
이날 전화 인터뷰한 이승택은 “태극기를 두르고 PGA 투어 카드를 받는 순간 나라를 대표하는 느낌이 들어서 감회가 새로웠다.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무대에서 뛰게 돼 정말 기쁘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뛴다”며 “다음 목표를 잡고 더 나아가는 게 선수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좋은 소식을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2015년부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활약한 이승택은 지난해 렉서스 마스터즈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둔 뒤 미국 무대에 진출했다. KPGA 투어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5위 특전으로 지난해 12월 PGA 투어 Q스쿨 2차 예선을 거쳐 최종전에 나간 그는 공동 14위에 올라 상위 40명에게 주는 2025년 콘페리 투어 출전권을 얻었다. 올 시즌 콘페리 투어에서는 24개 대회에 출전, 준우승 한 차례를 포함해 톱10에 6차례 들고 21개 대회에서 컷 통과하면서 시즌 13위로 너끈히 톱20에 들었다.
이승택은 “콘페리 투어를 뛰는 동안 정말 독하게 연습했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쇼트게임 연습량을 2배로 늘렸다”며 “방에서도 쇼트게임 연습을 할 수 있는 기구를 사서 가방에 챙겨 다녔다. 시즌 내내 경기 후 밖에 나가지도 않고 숙소에서 자기 직전까지 퍼트랑 쇼트게임 연습만 했다. 그때는 ‘힘들어도 난 할 수 있다’는 생각만 계속했다”고 돌아봤다. KPGA 투어 ‘베테랑’ 박상현도 큰 힘이 돼줬다는 그는 “상현이 형이 매일 문자로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며 ‘넌 할 수 있어’라는 믿음을 줬다. 그게 정말 큰 힘이 됐다”고 했다.
‘꿈의 무대’에 입성한 이승택은 PGA 투어 시드 유지를 내년 목표로 잡았다. 그는 “내년은 투어 카드 유지가 목표다. 아직 PGA 투어 경험이 없어서 연구하고 노력해야 될 시즌이라고 생각한다”며 “내년 1월 소니 오픈이 루키 시즌의 시작”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내년에 데뷔하면 가장 만나고 싶은 선수는 누군지 묻는 질문에 그는 “로리 매킬로이다. 만나면 신기하고 꿈만 같을 것 같다. 같은 조에서 경기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을 키워서 언젠가 한번 붙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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