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이 분양권을 취득했다는 이유로 공공임대주택에서 퇴거를 요구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조치는 위법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개정된 주택공급규칙 시행 이전에 입주한 임차인에게는 해당 규칙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LH가 A씨를 상대로 제기한 건물인도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지난달 11일 사건을 창원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06년부터 LH와 국민임대주택 임대차계약을 맺고 2년 단위로 갱신해왔다. 문제는 2019년 12월 임대차 기간을 2021년 12월까지로 하는 계약을 체결한 뒤 발생했다. A씨는 2021년 4~5월경 아파트 분양권을 취득했고, 같은 해 6월 이를 제3자에게 매도했다. LH는 A씨의 분양권 취득을 문제 삼았다. 2018년 개정된 주택공급규칙 제53조는 “분양권 등을 갖고 있는 경우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LH는 이를 근거로 A씨에게 ‘무주택세대 자격 상실’을 통보하고 퇴거를 요구했다. 이에 A씨는 “해당 규칙은 소급 적용될 수 없다”고 맞섰다.
쟁점은 2018년 개정된 주택공급규칙 제53조의 적용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였다. 1심과 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임차인이 분양권을 가졌다고 해서 ‘주택 소유자’로 볼 수 없다”며 LH 패소 판결을 내렸다. 반면 2심은 “A씨가 분양권을 취득함으로써 임대차계약 일반조건 제10조 제1항 제7호에서 정한 해지 사유 등이 발생해 임대차계약이 적법하게 종료됐다”며 LH의 손을 들어줬다. 해당 임대차계약 일반조건에 따르면, 계약기간 중 다른 주택을 소유하게 된 경우 임대인은 임대차 계약을 해제·해지하거나 재계약을 거절할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경과규정과 같은 부칙을 둔 이유가 주택의 입주자모집승인 신청 시점과 실제 입주자모집 시점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는 점을 고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짚었다. 대법원은 “개정된 규칙에는 분양권 등을 갖고 있는 경우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는 내용이 추가됐고, 부칙 제3조는 ‘제53조의 개정 규정은 이 규칙 시행 이후 입주자 모집 승인을 신청하는 경우로서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 분양권 등부터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경과 규정은 규칙 시행 이후 입주자 모집 승인을 신청하는 공공임대주택부터 적용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며 “개정된 규칙이 시행된 이후 체결되거나 갱신된 임대차계약이라도, 규칙 시행 전에 입주자모집승인 신청을 통해 임대주택에 입주한 임차인에게는 해당 규칙이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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