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5년 차 홍정민(23·CJ)은 어린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숱한 난관을 극복해 온 선수다. 2023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퀄리파잉 시리즈에 응시했다가 조건부 시드를 받는 데 그치자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라는 생소한 무대에 도전해 당당히 합격증을 받아 냈다. 2023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자율신경계 기능 장애와 공황장애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러닝 등을 통해 키운 체력을 바탕으로 메이저 대회 1승을 포함해 2승을 추가했다.
시즌 세 번째 우승도 마찬가지였다. 8월 두 번째 우승 이후 다소 기복을 보이기도 했지만 신설 대회에서 사흘 내내 압도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잠시 멈췄던 ‘우승 열차’의 재가동을 알린 것.
홍정민은 12일 경기 용인의 88CC(파72)에서 끝난 KLPGA 투어 K-푸드 놀부·화미 마스터즈(총상금 12억 원) 3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 합계 12언더파 204타를 적어낸 홍정민은 2위 서교림(11언더파)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이 대회 초대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첫날 공동 선두, 2라운드 단독 선두를 달린 끝에 이뤄낸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다.
우승 상금 2억 1600만 원을 획득한 홍정민은 시즌 상금 12억 9401만 원을 확보해 노승희(12억 8735만 원)를 제치고 8주 만에 선두를 탈환했다. 또한 다승 부문에서도 이예원, 방신실(이상 3승)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개인 통산 4승째.
이날 1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홍정민은 4번(파5)과 5번 홀(파4)에서 연속으로 버디 퍼트를 떨어뜨리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8번 홀(파5)에서는 5m가 넘는 중거리 퍼트를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후순위 선수들과의 격차를 벌렸다.
후반 들어 10번 홀(파5)에서 1타를 더 줄여 3타 차로 달아난 홍정민은 14번 홀(파4)에서 보기를 기록하며 첫 위기를 맞았다. 동반 플레이한 2위 서교림과 2타 차로 줄었지만 이틀 내내 선두를 지켜온 홍정민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후 네 홀을 보기 없이 모두 차분하게 파로 막아낸 홍정민은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서교림이 버디를 잡아내자 침착하게 파 퍼트를 집어넣어 대회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홍정민은 “사실 14번 홀 보기 이후 우승 확신이 없었는데 나머지 홀들을 파로 잘 막아내면서 다시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 시즌 남은 대회가 많지 않은데 한 번 더 우승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샷감이 좋아서 충분히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4타를 줄인 올 시즌 ‘루키’ 서교림은 역전 우승에는 못 미쳤지만 데뷔 최고 성적으로 신인상 포인트 3위로 점프하며 존재감을 드높였다.
‘엄마 골퍼’ 박주영이 10언더파 단독 3위에 올랐고 대상 포인트 1위 유현조가 9언더파로 이다연, 송은아와 함께 공동 4위를 차지했다. 다승 공동 1위 이예원은 공동 13위(5언더파), 상금 2위가 된 노승희와 3승의 방신실은 공동 18위(4언더파)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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