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번에 내놓을 부동산 대책은 문재인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에 맞먹는 수준의 강력한 규제 방안을 담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부동산 수요 억제를 위해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 세종시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금융 규제를 강화한 바 있다. 이재명 정부의 세 번째 부동산 대책에서도 서울 주요 자치구와 경기 과천, 성남 분당 등 남부권 핵심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어 투기를 차단하고 주택 가격 상승세를 억누를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국토교통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강남·서초·송파·용산구 등 4곳만 지정된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을 대거 확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에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에 서울 성동·마포·광진·강동·동작·영등포구 등 ‘한강벨트’ 주요 지역과 경기 성남 분당, 과천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풍선 효과’ 차단을 위해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을 미리 규제지역에 포함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자치구 전역과 분당·과천 등은 이미 규제지역 지정과 관련해 정량적 요건을 모두 충족한 상황이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열린 고위당정회의와 관련해 “주택 시장 불안은 서민 주거 안정을 해치고 가계 부담 증가, 소비 위축 등 경제 전반의 활력을 저해할 수 있는 국가적 현안”이라며 “구체적 방안에 대해 당정이 함께 고민해 나가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당정이 세 번째 부동산 대책 논의에 나선 것은 6·27 대출 규제와 9·7 공급 대책이 시장에서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상승 폭이 지속 확대됐다. 9월 첫째 주 0.08% 상승하더니 8일(0.09%), 15일(0.12%), 22일(0.19%) 등 지속해서 오름폭이 커졌다. 9월 다섯째 주는 0.27%까지 오르며 불안세가 확산했다. 이 같은 상승 흐름은 ‘한강벨트’ 지역이 주도했다. 성동구는 0.78%의 상승률을 기록해 서울에서 가장 높은 오름폭을 나타냈고 마포구(0.69%)와 광진구(0.65%) 역시 전주보다 0.6% 넘게 올랐다. 광진구의 상승률은 2012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였다. 경기 남부권도 재건축 단지가 몰린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뚜렷했다. 성남 분당구의 아파트값은 9월에만 2.24% 올랐고 과천도 1.11% 상승했다.
정부의 규제지역에 포함되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대폭 축소된다. 기존에는 70%까지 가능했지만 무주택자의 경우 50%, 유주택자는 30%로 쪼그라든다. 정부가 6·27 대출 규제를 통해 최대 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한 만큼 중저가 아파트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시세 10억 원의 아파트의 경우 유주택자라면 3억 원까지밖에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 청약 재당첨 제한도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7년, 투기과열지구는 10년으로 각각 강화된다. 이와 더불어 수도권의 경우 3년간 전매제한이 발생하고 자금조달계획서 제출도 의무화된다.
정부는 추후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에도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자치구에 대해서는 서울시장이 토허구역 지정 권한을 지니고 있는데 현재 관련법 개정이 추진 중이다. 정부는 법 시행 이후 집값 과열 양상을 보이는 자치구에 대해 토허구역 지정을 통해 투자 목적의 거래를 차단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이 같은 강력한 규제 방안이 서울 등 수도권 가격 상승 억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강력한 수요 억제를 통해 집값 통제에 나섰지만 대책 발표 이후 수개월이 지나면 시장의 불안세가 재발하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시중의 유동성이 풍부한 가운데 서울 주택 공급 절벽 우려가 여전한 만큼 규제 위주의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 분석이다. 권대중 한성대 석좌교수는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평년의 60~70% 수준에 불과해 시장에서 주택 수요자의 ‘패닉 바잉’ 분위기가 나타나는 추세”라며 “시중 유동성도 풍부해 규제 위주의 대책으로 집값 안정을 달성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