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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송현] 기후회복력으로 미래 준비하자

이은영 국제구조위원회 한국대표

식량·생계 기반·질병 대응체계 강화

한국, 국제사회 역할 해낼 역량 갖춰

기부 넘어 회복 솔루션 동반자 나서야

이은영 국제구조위원회 한국대표.




13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자연재해 감소의 날’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기록적인 폭우와 폭염·태풍이 이어지며 기후변화가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님을 실감한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따른 충격은 모든 지역이 동일하지 않다. 특히 분쟁·빈곤으로 취약한 지역, 난민·이주민이 모여 사는 곳에서 그 피해는 더욱 가혹하다.

아프가니스탄·수단·시리아를 비롯한 17개 국가는 기후 취약성과 분쟁이 겹치는 대표적 사례다. 전 세계 인구의 10.5%만 거주하지만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인구의 71%, 강제 이주 인구의 70% 이상, 극심한 빈곤층의 3분의 1 이상이 집중돼 있다. 그러나 이들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은 전 세계의 3.5%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안정적인 국가보다 기후 재난에 노출될 위험이 세 배 이상 높다.

지난해 12월 필자는 아프리카 남수단의 아종톡 난민 캠프를 찾았다. 이곳은 기후와 분쟁이라는 이중의 위기 속에 놓여 있었다. 수단 내전을 피해 넘어온 주민들은 한 해는 가뭄에, 다음 해는 홍수로 삶의 터전을 잃었다. 농토가 있어도 변화하는 기후에 적합한 씨앗이 없어 경작이 어렵고, 씨앗을 심어도 수확을 장담할 수 없었다.

그곳에서 접한 국제구조위원회의 ‘종자 안보(Seed Security)’ 프로젝트는 깊은 울림을 줬다. 이는 단순한 식량 배급을 넘어 기후에 맞는 종자를 보급하고 농업기술을 전수해 난민들이 스스로 생계를 회복하도록 돕는 장기 프로젝트다. 그 현장에서 확인한 사실은 분명하다. 기후변화의 악순환을 끊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바로 ‘기후회복력’을 키우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니다. 분쟁·빈곤·보건·교육 등 사회 전반을 위협하며 인도적 위기를 심화시킨다. 기후회복력이 낮은 국가일수록 피해는 치명적이어서 국제사회는 ‘재난 이후의 구호’에 머무르면 안 된다. 재난 이전에 지역사회의 기반을 높이고 재난 이후 신속히 회복할 수 있는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국제 현장에서 확인된 기후회복력 솔루션의 방향은 분명하다. 지역 맞춤형 종자와 기후 적응형 농업기술로 식량 안보를 강화하고, 직업훈련과 소규모 사업을 통해 생계 기반을 다변화해야 한다. 기후변화로 악화되는 질병과 영양실조에 대응할 수 있는 보건 체계 강화도 필수다. 또 여성과 청년이 지역사회의 회복력 중심에 설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야 한다.

한국 역시 기후변화의 직접적 영향을 겪고 있다. 동시에 우리는 기술과 혁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이미 기후변화를 겪고 있는 나라들의 현실은 우리에게 기후 적응력과 회복력을 강화하는 게 얼마나 절박한 과제인지 일깨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기술과 혁신, 국제적 연대다. 한국의 정부와 시민·기업은 단순한 기부를 넘어 지속 가능한 기후회복력 솔루션의 동반자로 나서야 한다.

아종톡에서 만난 주민들은 기후변화라는 큰 재난 속에서도 씨앗을 심고 내일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들의 용기와 회복력은 우리가 지켜야 할 희망의 씨앗이다. 세계 자연재해 감소의 날을 맞아 우리는 기후변화를 단순한 재난이 아니라 변화를 위한 기회로 인식해야 한다. 기후변화 대응은 도덕적 의무이자 전략적 과제이며 그 과정에서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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