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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라운지] "항고권은 있는데 쓸 수 없다"…보증금 장벽에 막힌 채권자 권리

사건 규모 따라 수십억까지 책정 가능

납부 기한은 법률상 일주일밖에 안돼

항고남발 예방 취지에도 역효과 논란

분할납부 허용 등 보완책 마련 필요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티몬·위메프 디지털가전 피해 업체 간담회에서 피해자들이 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회생절차 폐지 결정에 불복해 항고할 경우 부담해야 하는 항고 보증금이 채권자 권리 구제를 가로막는 사실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사건 규모에 따라 항고 보증금이 수십억 원대까지 책정될 수 있는 데다, 이를 채권자가 마련할 시간도 길지 않기 때문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위메프 피해자들로 구성된 ‘검은우산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지난 2일 서울회생법원에 항고보증금 30억 원에 대한 면제 신청서를 제출했다. 법원은 의견서를 검토해 이르면 내주께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즉시 항고를 신청한 채권자는 모두 7명이다. 이들이 30억 원을 내기 위해선 1인당 4억3000만 원을 분담해야 하지만, 납부 기한은 단 1주일에 불과하다. 채무자회생법 제247조 4항과 제290조 1항에 따르면 법원은 회생절차 폐지 결정에 항고가 제기되면 보증금 공탁을 명할 수 있다. 항고 남발로 회생 절차가 지연되는 것을 막는다는 취지다.

회생법원 관계자는 “항고권 남용과 절차 지연을 막기 위한 별도 규정이 마련돼 있다”며 “대부분 실무에서는 폐지결정 항고 시 보증금 공탁을 명하고 있으며, 면제 사례는 극히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고장이 제출되면 원심법원은 1주일 이내에 보증금을 정해야 하고, 항고인이 기한 내에 이를 내지 않으면 각하 결정을 내리게 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사건 규모에 따라 항고 보증금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 법에 따라 보증금은 전체 채권 규모의 20분의 1을 넘을 수 없다. 하지만 채권 총액이 대규모일 경우 보증금의 규모도 커진다. 채권 총액이 2000억원이면 보증금은 최대 100억원까지 가능한데, 채권자들이 이를 내지 못하면 항고는 무효 처리된다.

한 회생 전문 변호사는 “항고 남발을 막겠다는 목적은 이해하지만, 실제로는 채권자 권리구제를 차단하는 결과만 낳고 있다”고 꼬집었다. 항고는 회생절차가 부당하게 폐지됐을 경우 채권자를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인데, 사건이 커질수록 보증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면서 사실상 활용이 어렵다는 얘기다.

법률상 1주일인 납부 기한도 문제로 꼽힌다. 피해자가 이미 대규모 손해를 본 상황에서 짧은 시간에 수십억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마련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보증금 납부 기한 연장 △분할 납부 허용 △채권자 지위나 채권 규모에 따른 차등 적용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일정 규모 이상 사건에서는 법원이 재량으로 감액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신정권 비대위원장은 “사태를 만든 경영진은 항고 의지도, 보증금 부담도 하지 않고 있다”며 “결국 피해자들이 직접 나서 권리 회복을 시도했지만 또다시 보증금 장벽에 막혔다. 제도의 근본적 개선 없이는 피해자 보호라는 회생법의 목적이 무너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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