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심야 열병식’에 예상대로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을 공개했다. 일반적인 외교 사절단이 아닌 중국 국가 서열 2위 리창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중국 국가 서열 2위 리창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아세안 국가 등의 최고위급 인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핵무력을 과시하며 핵보유국이라는 자신들의 달라진 ‘전략적 지위’를 기정사실화했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최종 완결판으로 평가 받는 화성-20형 실물의 첫 공개다. 기존 탄도미사일과 달리 탄소섬유 복합소재를 쓰는 것이 특징. 이럴 경우 ICBM 무게가 25~30% 감소하는데 엔진 출력이 화성-18형(140tf·톤포스)보다 약 40%(200tf) 증가하게 된다. 게다가 탄소섬유 소재 탄두는 약 7000℃ 고열에 견딜 수 있어 대기권 재진입기술 확보에 유리하다.
북한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려는 5개 이상의 다탄두가 들어가는 완전한 다탄두 재진입체(MIRVs) 능력을 지닌 ICBM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미국이 자랑하는 촘촘한 본토의 미사일방어(MD)망을 뚫을 수 있는 무기체계 등장이라 미국이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9월 1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미사일총국 산하 화학재료종합연구원의 연구소를 방문해 탄소섬유 복합재료 연구분야 연구원들을 면담하고 성과를 보고 받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통신은 “탄소섬유복합재료를 이용한 신형 고체 발동기의 최대 추진력은 1960kN(킬로뉴튼)”이라며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9’형 계열들과 다음 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20’형에 이용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기존보다 파괴력을 늘리면서도 요격이 어려운 다탄두 ICBM을 확보한 셈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석좌교수는 “북한이 화성-19형을 최종 완결판이란 칭한 만큼 화성-20형은 ‘최최종’인 셈”이라며 “대출력 고체연료 추진체로 정상 각 발사에 따른 추진력이 향상됐고 대기권 재진입에 유리하고 5개 이상 다탄두 장착이 가능해 미국의 본토의 조밀한 미사일방어망(MD) 교란이 가능해 매우 위협적 존재것”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심야 열병식을 통해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화성-20형’과 단거리 극초음속미사일 ‘화성-11마’ 실물을 공개한 것은 미국을 겨냥한 핵무장 위력의 과시다. 북한의 신형 ICBM의 성능이 100% 발휘된다면 전 세계에서 미국 본토를 향해 핵무기를 곧바로 공격할 능력을 갖춘 나라는 러시아와 중국과 함께 북한을 꼽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신무기인 단거리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화성-11마’는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미사일방어(MD)망을 무력화할 수 있는 전술핵 탑재 가능 신무기로 평가돼 우리 군에게 상당히 위협적 존재다.
심야 열병식을 보도한 조선중앙통신은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생존권과 발전권, 평화 수호를 위하여 우리 당이 끊임없이 증대시켜온 자위 국방력의 정수를 이루는 절대적 힘의 실체인 전략무기체계들이 지심을 울리며 광장에 진입하였다”고 전했다.
이어 “극초음속활공미사일과 극초음속 중장거리 전략미사일 종대들이 진군해 갔고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 종대, 무인기발사차 종대, 지대공·지대지 미사일 종대 등도 연이어 진군화폭을 펼쳤다”고 밝혔다. 당장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 남한과 미국 본토에 대해 북한이 핵무기 공격에 나서도 이상할 것이 없을 만큼 북한의 핵무력은 매우 위협적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특히 2020년 이후 8번째 열린 심야 열병식에선 화성-20형 신형 ICBM을, 앞서 북한판 방위산업박람회 ‘국방발전-2025’에서 개량된 ICBM 화성-18형·화성-19형을 잇따라 공개한 것은 단거리부터 장거리까지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모두 타격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군과 주한미군을 긴장하게 만들고 매번 신형 기종의 개발 소식이 전해지면 예의주시하게 되는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 종류는 어떤 것이 있을까. 지난 10월 5일 평양에서 열린 북한판 방위산업박람회 ‘국방발전-2025’와 10일 늦은 저녁 2020년 이후 8번째 열린 심야 열병식을 토대로 분석해봤다.
북한이 보유한 미사일은 사거리에 따라 근거리, 단거리, 준중거리, 중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근거리 탄도미사일(CRBM)은 사거리 300㎞ 이하,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은 사거리 300~1000㎞ 이하,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은 사거리 1000~3000㎞,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은 사거리 3000~5500㎞,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은 사거리 5500㎞ 이상이다.
우선 근거리 탄도미사일로 화성-11라형(110㎞), KN-02/화성-11형(160㎞), KN-09(180㎞), KN-16(200㎞) 등이 있다. 단거리 탄도미사일론 KN-25/600㎜초대형방사포(400㎞, KN-24/화성-11나형(450㎞), 스커드/화성-5형(300㎞), 스커드/화성-6형(500㎞), 화성-11다형(600㎞), KN-23/화성-11가형(900㎞), 화성-11마형(극초음속) 등이 있다.
준중거리 탄도미사일론 스커드-ER(1000㎞), 노동/화성-7형(1300㎞), KN-15/북극성-2형(2000㎞), 극초음속 2형(2000㎞), 화성-8형(극초음속) 등이 있다. 중거리 탄도미사일론 무수단/화성-10형(4000㎞), KN-17/화성-12형(6000㎞), 화성-12나형(극초음속), 2024년 공개 IRBM(화성-17가형 추정), 화성-16나형(극초음속) 등이 있다.
대륙간 탄도미사일론 KN-14/화성-13형(1만㎞), KN-20/화성-14형(1만㎞), KN-22/화성-15형(1만3000㎞), 화성-17형(1만 5000㎞), 화성-18형(1만 5000㎞), 화성-19형(1만 8000㎞), 화성-20형(1만 8000㎞) 등이 있다.
전략미사일로 분류되는 순항미사일론 KN-27/화살-1형(1500㎞), 2023년 공개 SLCM(1500㎞), 화살-2형(1800㎞), 불화살-3-31형(2000㎞), 화살-1라-3형 등이 있다.
발사 형태로 나눠지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화성-11ㅅ형(590㎞), KN-11/북극성형(1300㎞), KN-26/북극성-3형(5000㎞), 북극성-4형(3000㎞) 및 북극성-5형(3000㎞) 등이 있다.
이처럼 북한은 통상 로케트(우주 발사체와 미사일 등 포괄한 개념)에 ‘별’(행성) 이름을 붙인다. 우리나라가 ‘아리랑 5호’ 처럼 숫자 뒤에 ‘호’를 붙이는것과 달리 ‘숫자+형’의 형태로 미사일을 부른다. 다만 2023년 들어 순항미사일에 ‘화살’, 수중드론에는 ‘해일’, 지대함 순항미사일에 ‘바다수리’처럼 무기의 개념과 유사한 무생물, 자연현상, 자연물에 빗대는 다양한 명칭을 부여하고 있다.
예컨대 지대지미사일은 ‘화성’, SLBM기반 미사일은 ‘북극성’, 순항미사일은 ‘금성·화살·바다수리’, 지대공미사일은 ‘화승총·번개·별찌’, 대전차미사일은 ‘수성포·불새’의 명칭으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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