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가자지구 전쟁 휴전 합의 이행과 인질 석방 시점에 맞춰 중동 방문에 나선다. 자신의 중재 성과를 국제무대에서 부각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10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이집트를 방문해 전 세계 국가 정상들과 만나 가자지구의 미래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이스라엘을 방문해 의회(크네세트)에서 연설을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질 석방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13일 이스라엘에 먼저 도착해 의회에서 휴전 합의를 기념하는 연설을 한 뒤 인질 가족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이집트로 이동해 가자 평화계획 보증국인 이집트·카타르·튀르키예와의 합의 서명식에 참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집트 방문 중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이 주최하는 다자 정상회담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 회의에는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등의 정상 또는 외무장관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사회는 이번 방문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내 입지를 강화하고, 미국의 외교적 영향력을 재확인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가자 사후 통치와 재건, 안보 체계 등에 대한 구체적 합의가 미완인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을 통해 자신이 제안한 ‘가자 평화계획’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재확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가자 평화구상’을 기반으로 1단계 휴전 합의에 도달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은 10일 정오를 기해 병력을 단계적으로 철수하고 있으며 하마스가 억류한 인질들은 13일에 전원 석방될 전망이다.
다만 가자 재건과 통치, 하마스 무장 해제 등 핵심 쟁점은 여전히 논의가 끝나지 않아 휴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내 다른 무장 조직인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PIJ), 팔레스타인 인민해방전선(PFLP)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가자지구에 대한 외국의 보호를 거부한다”며 “가자 통치는 오롯이 팔레스타인 내부 문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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