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축제의 대명사 ‘2025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가 9일 경기 안성시 보개면 안성맞춤랜드에서 개막해 12일까지 나흘 동안의 일정에 들어갔다. 최장 10일 동안의 징검다리 추석 연휴 중 사실상 처음 맞은 화창한 날씨 덕에 이른 아침부터 행사장을 찾은 수만 명의 시민들은 오전 10시30분 개장식과 함께 일제히 시작한 각종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 그리고 먹거리의 즐거움에 흠뻑 빠진 모습이었다.
올해로 25회째를 맞은 바우덕이 축제는 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이자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남사당놀이를 주제로 한 축제이면서 동시에 조선시대 안성 남사당패에서 활약한 전설적인 여성꼭두쇠 ‘바우덕이’의 예술정신을 계승하고 널리 알리기 위한 행사다.
축제를 준비한 안성시는 대한민국 문화도시이자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지정된 것을 기념해 K-POP 원류로 평가받는 남사당놀이의 대중성을 확장하는데 주력한 모습이었다. 특히 남사당놀이를 구성하는 풍물(농악), 버나(대접돌리기), 살판(땅재주), 어름(줄타기), 덧뵈기(탈놀이), 덜미(꼭두각시 인형극) 등 여섯 마당은 중앙무대는 물론 행사장 곳곳에서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새로운 시도로 주목 받았다.
신설된 바우덕이 테마파크의 안팎에서는 여섯 마당의 특화된 재주를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무료 체험 학습프로그램이 종일 이어졌다. 각 프로그램마다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들의 대기줄이 길게 이어졌지만 행사 진행이 매끄럽고 주변에서 크고 작은 공연이 줄이어 혼잡함이나 지루함을 느낄 겨를은 없어 보였다.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린 마당은 신장 140cm 이상만이 참여할 수 있는 중급 줄타기 체험이었다. 자녀들이 약 2.5m 높이 외줄을 위태롭게 걷는 것을 보는 부모들은 안전장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절부절못했고, 무사히 줄타기를 마치면 자녀를 얼싸안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평택에서 부모와 함께 왔다는 12살 이 모 군은 “학교에서는 하지 못했던 놀이를 처음 한다”며 “조금 무섭기는 하지만 번지점프와 회전목마를 같이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클레이와 톱밥, 물감 등을 활용해 아이들이 직접 전통탈을 제작하는 ‘얼쑤탈 체험프로그램’도 1인당 시간 제한이 없는 덕에 줄타기 못지않게 어린이들에게 인기였다. 탈 제작을 돕던 동아방송예술대학교 2학년 이지혜(20·여) 씨는 “대구에서 살다 안성으로 유학 왔는데 이런 아르바이트는 생전 처음이다. 이처럼 많은 아이들이 올 걸 예상 못했다. 외국인분들 자녀들도 적지 않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500여 명이 몰렸지만 함께 어울리면서 일하느라 힘든 줄 모른다”며 “바우덕이 축제는 대구지역 축제에 비해 특화된 부분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미술협회 안성지회 일원으로서 바우덕이 테마파크 인근 부스에서 무료 페이스페인팅을 해주던 서양화가 박모(60대·여) 씨는 “서울에서 2008년 이사 와 올해 처음으로 관람객이 아닌 자원봉사자로서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며 “많은 사람들이 왔는데 특히 애들이 예쁘게 하고 가니 어른으로서 뿌듯하고, 예술가로서는 대중과 함께 호흡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일시에 몰렸음에도 큰 혼잡이 빚어지지 않도록 한 안성시의 철저한 행사 준비에 만족감을 표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수원에서 10살 딸, 6살 아들과 함께 왔다는 김모(39·여)씨는 “예년보다 체험장과 공연 무대, 그리고 먹거리존과 농산물 장터까지 잘 정돈된 느낌을 받았다”며 “이렇게 넓은 공간(약 34만㎡)에서 헤매지 않고 안내지도만 보며 즐길거리를 딱딱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호평했다. ‘바가지 없는 착한 축제’의 명성은 올해도 여전했다. 고물가에 불구하고 안성을 대표하는 향토음식 한우국밥이 9000원에 불과한 것이 대표적이다. 가마솥 파통닭(1만5000원), 닭강정(1만2000원) 등 축제 인기메뉴의 가격은 여타 축제보다 10~30%는 저렴했다. 떡볶이나 닭꼬치 등 간식거리는 모두 5000원 이하여서 시민들의 주머니 부담을 덜게 했다. 여기에 안성마춤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이 운영하는 안성축산물구이존에서는 시중 가격의 30~50%선에서 소고기와 오리고기를 구입해 곧바로 구워 먹을 수 있어 올해 처음 문을 열었음에도 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줄이었다. 안성을 대표하는 쌀, 포도, 대추, 육류 등 농축산물을 시중 가격보다 20~40%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농특산물판매장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핫플레이스가 된 듯했다.
이날 행사장 중앙무대 인근에 마련된 ‘안성문화장 페스타’는 ‘옛것의 힙함, 오늘의 문화로’를 주제로 문화도시 안성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다양한 전시와 체험행사로 시선을 집중 시켰다. 동시에 대한민국과 동북아 문화권의 주축을 이루는 중국과 일본 문화의 다양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도 축제의 품을 한층 더 넓히는데 기여했다. 김보라 안성시장은 “바우덕이는 시대를 초월해 우리 민족의 예술혼을 대표하는 인물”이라며 “이번 축제를 통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안성의 전통과 문화, 그리고 공동체의 가치를 느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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