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놓고 협상을 지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타결 시점은 안갯속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이 3주가량 남은 만큼 정부는 양국 간 이견을 좁히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은 추석 연휴에도 연이어 통상대책회의를 열고 관세 협상 대응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대통령실은 연휴 마지막 날인 9일 미국 관세 협상 대응책 논의를 위한 통상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등 3실장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등 관련 부처 장관들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은 5일 긴급 통상현안대책회의를 열어 미국에 있는 김 장관으로부터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의 회담 결과를 유선으로 보고 받은 바 있다. 이날 회의는 귀국한 김 장관이 자세한 회담 내용을 설명하고 이를 토대로 관세 협상 대응 방안을 검토하는 데 집중됐다. 특히 13일(현지 시간)부터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를 계기로 구 부총리와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의 회동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러트닉 장관과 미국 현지에서 양자 협상을 벌인 뒤 6일 귀국하면서 “한국 외환시장의 민감성 같은 부분에 대해 (미국 측과) 상당한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또 “우리가 보낸 안에 관해서, 특히 외환시장 상황에 대해 서로 이견을 좁혀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3500억 달러 대미 투자펀드의 투자 비중이나 투자 주체 등과 관련한 우리 측의 핵심 요구 조건에 대해서 획기적인 논의 진전은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구체적인 투자 방식과 이익 배분 문제 등에 대한 이견이 여전히 팽팽해 문서화를 통한 양해각서(MOU) 체결에 이르지 못하는 상황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김 장관과 러트닉 장관 사이에서) 대미 금융 패키지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양측이 이야기한 바가 있다”면서도 “(협상의) 타결 혹은 급속적인 (분위기) 전환, 이런 것들은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3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부는 물밑에서 더 분주하게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경주에서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이달 말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해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통령실도 이를 계기로 분위기 전환을 노리고 있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두 번째 회담에서도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다면 상황은 한국 측에 더 불리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강 대변인은 “(관세 협상의) 데드라인을 정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언제까지 목표를 두고 끝내겠다, 또는 극적인 전환점을 만들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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