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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칩샷’으로 美직행 황유민 "쇼트게임 안 돼서 매일 울던 때 떠올라요”

LPGA 롯데 챔피언십 막판 네홀 연속 버디로 대역전

“가장 힘들었던 베트남 겨울훈련 통해 어프로치 성숙”

비행기서 잘 되던 때 스윙 분석, 탄도조절 연습도 적중

韓군단 부진? 동의못해… “효주언니 도움구해 적응 올인”

하와이 롯데 챔피언십에서 퍼트 성공 뒤 주먹을 불끈 쥐는 황유민. 사진 제공=대홍기획




추석 연휴 기간 스포츠 분야의 최고 화제는 5일(한국 시간) 황유민(22·롯데)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우승이었다. 후원사인 롯데 초청으로 나간 하와이 대회 롯데 챔피언십에서 황유민은 막판 네 홀 연속 버디로 역전 우승하면서 LPGA 투어 카드를 손에 넣었다. 우승 상금(약 6억 3000만 원)도 크지만 수능 격인 퀄리파잉을 치르지 않고 미국 무대에 직행하게 된 게 더 큰 선물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3년 차인 황유민은 올겨울 미국 퀄리파잉에 응시할 계획이었다. 그는 남은 시즌 KLPGA 투어 대회를 몇 개 더 치르고 내년에 미국으로 무대를 옮긴다.

우승 뒤 연락이 닿은 황유민은 ‘힘들게 노력하던 시기가 새삼 떠오를 텐데 언제가 특히 생각나느냐’는 물음에 “올 초 베트남 겨울 훈련이 많이 생각난다”고 했다. “그린 주변 쇼트 게임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거의 매일 울었다”는 고백. 황유민은 “올해 훈련이 솔직히 가장 힘들었는데 그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했기에 지금 어프로치도 굉장히 좋아졌다”고 돌아봤다.



황유민의 우승을 결정지은 한 방이 바로 그린 주변 쇼트 게임이었다. 18번 홀(파5) 세 번째 샷을 앞두고 1타 차 단독 선두가 된 그는 그린 뒤 러프에서 58도 웨지로 칩샷을 했고 공은 홀 바로 앞에 예쁘게 멈췄다. 톡 쳐서 들어간 탭인 버디. 뒤 조의 추격자 김효주가 이 홀에서 이글에 실패하면서 황유민은 1타 차로 우승했다. 3라운드에 선두와 1타 차의 공동 2위 8명 중 한 명이라 전혀 우승을 예상할 수 없었고 심지어 4라운드 9개 홀을 남겼을 때 선두와 4타 차였는데 ‘돌격대장’ 별명에 걸맞게 황유민은 마지막 여섯 홀에서 버디 5개를 폭격했다.

최종 스코어는 17언더파 271타. LPGA 투어 통산 7승의 김효주를 1타, 일본의 가쓰 미나미를 2타 차로 따돌렸다. 올 들어 초강세인 일본이 하와이에서도 트로피를 가져가나 했지만 황유민이 일풍(日風)을 잠재웠다. 올해 한국 선수 우승 대회는 5개로 늘었다.

황유민은 마지막 홀 칩샷 상황을 두고 “단독 선두인 줄 몰랐다. 그래서 긴장도 많이 안 됐고 아무 생각 없이 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투온 시도 때) 핀까지 208m 남기고 19도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핀을 보고 쐈고 조금 클 수도 있다고 예상하고 치기는 했다. 세 번째 샷은 라이(공이 놓인 상태)가 좀 안 좋았을 뿐 내리막이 심하지는 않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캐디 박중근(오른쪽) 씨는 황유민 우승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했다. 황유민은 “루키 때부터 함께해왔고 하와이도 첫해부터 늘 같이 왔다. 코스와 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중근이 오빠였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대홍기획


우승 확정 후 활짝 웃는 황유민. ‘돌격대장’ 외에 ‘윰블리’라는 별명도 있다. 사진 제공=대홍기획


163㎝ 키에 여리여리한 체구에도 드라이버로 평균 250야드를 날리는 장타자인 황유민은 늘 쇼트 게임을 약점으로 여겨왔다. 아버지가 야구 글러브를 벌리고 있으면 그 위치로 웨지 샷을 정확히 넣는 연습 등 ‘특훈’을 해온 그다. 상황에 따른 다양한 공략을 몸에 익히려 웨지를 5개씩 갖고 다니던 때도 있었다. 그런 노력들이 해외에서 열린 LPGA 투어 대회 여덟 번째 출전 만에 ‘우승’과 ‘직행’이라는 두 토끼 수확으로 돌아온 셈이다.

KLPGA 투어 통산 2승의 황유민은 마지막 톱10 성적이 넉 달 전일 만큼 올해 조금은 주춤했다. 그는 “그린 주변 플레이와 퍼트가 조금 모자랐을 뿐이지 곧 성적이 나올 거라는 믿음은 있었다”며 “나도 모르게 틀어져 있던 어드레스를 하와이에 와서 교정하는 등 기본기에 집중하면서 플레이했는데 좋은 결과가 따라왔다”고 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톱 랭커들의 스윙 영상을 즐겨보며 분석하는 황유민은 하와이행 비행기 안에서는 한창 좋았을 때의 자기 스윙을 반복해서 봤다고 한다. 더불어 바람에 대비한 탄도 조절 연습을 통해 2라운드 10언더파 62타의 ‘라이프 베스트 스코어’를 작성할 수 있었다.

최근 몇 년간 LPGA 투어 한국 군단의 성적이 예전만 못한 데 대해 “정말 훌륭한 선수들이고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 ‘부진’이라는 얘기가 나오면 같은 선수로서 기분이 좋지는 않다”고 밝힌 황유민은 “제가 할 일은 그저 잘 적응해서 제 몫을 해내는 것뿐이라 생각한다. (진심으로 축하해준) 효주 언니한테는 잘 부탁드리고 열심히 배우겠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아마추어 시절을 통틀어 이번이 가장 짜릿한 우승이라는 황유민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가 올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영구 시드를 따는 게 꿈이지만 그건 나중의 일이고 하나씩 차근차근 목표들을 이뤄가야 더 행복하게 골프 칠 수 있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어릴 때 LPGA를 생각하며 세웠던 목표도 아마 우승 한 번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말로 내년 데뷔 시즌 우승에 대한 기대감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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