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중국과 러시아 등의 고위급 인사들이 속속 방북하는 가운데 열병식에서 공개될 신형 무기에 대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0일 평양에 비가 예보돼 있어 9일 밤 늦게 병력과 각종 장비를 동원해 ‘야간 또는 심야 열병식’을 개최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2일 북한이 수 만 명을 동원해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 중인 정황이 감지됐다고 밝혔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북한은 수만 명 규모로 열병식을 준비하는 등 동향이 있어서 우리 군이 예의주시하는 단계”라고 했다. 열병식 예정 시간에 대해서는 “야간에 열릴 가능성이 더 크다”며 “다만 0시쯤 할지 오후 8시나 10시 등에 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가장 최근 열병식은 지난 2023년 9월 9일 정권 수립 75주년 기념일 때였다. 당시 열병식 등의 행사는 9월 8일 저녁부터 9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올해도 9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10일 0시쯤에 열병식 등 본행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연습에 동원된 인원과 장비를 근거로 미루어 볼 때 역대 최대 규모 치러졌던 2023년 2월 건군절(북한군 창설) 75주년 열병식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북한이 과거 열병식에서 첨단 무기를 선보이는 등 ‘신무기 전시 홍보행사’의 기회로 활용해왔기 때문이다. 북한 소식통은 무기 동원 동향과 관련해 “차량이나 일부 군사 장비 움직임 동향은 있지만 어떤 특별한 무기체계가 동원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신무기 동원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특히 지난 5일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이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5’가 개최됐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공개한 사진을 보면 열병식에서 각종 신무기가 등장한 것으로 를 예측된다. 5년전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도 신형 ICBM ‘화성-17형’이 공개됐다.
이번 열병식 역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개가 가장 주목된다. 지난해 10월 시험발사한 ICBM ‘화성-19형’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최근 북한이 개발 중이라고 밝힌 신형 대출력 고체엔진이 장착될 신형 ICBM ‘화성-20형 공개도 점쳐진다.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센터장은 “북한에게 이번 열병식은 자신의 핵보유국 지위를 재확인하고 향후 개최될 수 있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동맹국의 지지를 확보하는 자리”라며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공개를 통해 핵보유국임을 과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지난 5일 무장장비 전시회 ‘국방발전-2025’에서 공개한 대남 타격용 핵추진 잠수함 탑재를 위해 전략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극초음속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도 주목되는 신무기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북한 국방발전-2025 신형무기 분석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실제 3000톤급 전술핵공격잠수함에 탑재하기 위한 다양한 종류의 전략 SLBM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형 전략 SLBM은 2종류가 공개됐는데 ‘북극성-5’ 보다 크고 탄두부가 뭉특한 것으로 보이는 SLBM은 기존 보다 탄두부의 탑재량이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직경이 작은 신형 SLBM도 공개했는데 “직경이 작은 수직발사관 탑재형으로 보인다”고 유의원은 밝혔다.
초음속 순항미사일 2종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유의원실은 분석했다. 북한은 전시회에서 러시아의 초음속 대함순항미사일(3M-54E)과 형상이 판박이인 순항미사일을 공개했다. 3M-54E는 종말 단계 속도가 마하 2.9에 달하는 무기다. 북한이 기존에 개발했던 대함미사일보다 성능이 향상된 것이다.
북한 신형 순항미사일이 사거리 200㎞의 러시아 초음속 대함순항미사일과 제원이 유사하다면 서북도서에서 작전하는 우리 해군 함정들은 서해 북쪽 중국 접경 해상에서 작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북한의 신형 구축함에 탑재된 초음속 대함미사일의 사정권에 들어오게 된다.
게다가 종말단계에서는 해수면 고도 4.6미터 마하 2.9의 초음속 시스키밍 비행으로 목표를 타격하기 때문에 함대공이 아닌 교전시간이 짧은 함정의 최후 방패 근접방어무기로 대응을 해야 된다. 하지만 한국군의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EOTS(전자광학추적)가 통합돼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CIWS-II는 2030년 전력화가 될 예정이어서 수년간 공백이 우려된다.
또 다른 형상을 가진 초음속 순항미사일은 수직 조정 날개를 탑재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알려진 화성-11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탄두에 이전에 없던 날개가 달린 것이다. 글라이더형 극초음속 활공체(HGV) 탄두가 장착된 미사일 2기가 발사차량(TEL)에 탑재된 모습이 공개됐다.
KN-23은 종말단계에서 요격을 회피하는 풀업 기동을 할 수 있다. 풀업 기동을 위해 비행거리도 기존 단거리 탄도미사일보다 늘어나서 최대 800㎞를 넘나든다. 음속 5배 이상의 빠른 속도로 변칙 기동을 하는 극초음속 탄두를 장착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검증을 마친 상황에서 HGV를 탑재한 것은 지상 방공망의 요격 시도를 회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제식 명칭은 ‘KN-23’이다.
성능이 보강된 신형 구축함 ‘최현함’과 개량형 장갑차, 신형 무인기 등의 공개도 주목된다.
지난 6일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무장장비 전시회 일환으로 신형 구축함 최현함을 찾아 현지지도를 하는 모습을 북한이 공개했다. 유의원은 “함교, 전투통제실 콘솔 모니터에 서해 북방한계선 NLL을 경계로 한 서해 지역 전자해도를 노출하기도 했는데, 서해 NLL에서 작전하는 우리 해군 함정에 대한 장거리 공격 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적 노출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공개한 최현함은 지난 4월 진수식에서 공개된 모습과 달리 변경된 부분이 일부 식별됐다. 먼저 함수 VLS는 중형 크기 VLS 24셀로 변경되었는데 순항미사일 탑재량을 늘려 장거리 함대지, 함대함 공격 능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기존 구형 AK-630 근접방어무기는 레이더와 EOTS를 통합한 신형 근접방어무기로 교체 됐고 일부 무장체계의 변경도 확인됐다.
유의원은 “북한의 선전용 공개라고 감안하더라도 최현함은 전투통제실 뿐만 아니라 승조원실, 수술실까지 우리 해군의 이지스함과 견줘도 크게 손색이 없어 보인다”며 “수술실의 일부 의료장비는 중국산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러시아의 군사기술 지원 정황과 함께 외부 장비를 획득하면서 신형 구축함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처음 등장했던 ‘북한판 스트라이커’ 차륜형장갑차 공개도 주목된다. 차체 뒤쪽에 대구경 박격포를 탑재한 자주박격포다. 미국산 스트라이커 장갑차도 120㎜ 박격포를 탑재한 M1129를 보유하고 있다. 북한도 이와 유사한 형태로 자주박격포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장갑차 차체에 주포와 포탑을 얹은 것도 등장했다. 120㎜ 주포 탑재 이탈리아산 센타우로 장갑차와 유사한 형태의 모형을 지난해 공개했는데 이번에는 포탑 크기가 다소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각종 무인기 등장도 관심다. 무장 전시회에선 한국군의 소총사격드론과 유사한 형태의 드론은 RPG-7 로켓 및 폭탄과 함께 놓여있었다. 폭탄을 사용해서 지상 폭격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한 것이다. 분·소·중대급 지상부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쿼드콥터형 드론과 자폭드론도 대거 등장했다. 지상작전에서 드론 사용을 확대하려는 북한군의 의도를 보인다.
러시아산 지대공미사일체계 소스나(Sosna)와 비슷한 무기도 등장했다. 2018년 처음 공개된 소스나는 MT-LB 궤도형 장갑차 차체에 요격미사일 12발을 설치한 형태로 사거리 10㎞, 요격고도 5㎞로 순항미사일, 항공기 등을 요격할 수 있다. 러시아 해군의 근접방어체계(CIWS)인 팔라시를 지상형으로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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