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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 앞두고 ‘사법개혁 충돌’…민주당 속도전 vs 사법부 원칙론

법원장회의 “공론화·참여·신뢰가 3대 원칙”

“대법관 증원은 단계적·소폭”…하급심 강화 병행

임명제도 개편, 독립성·다양성 확보 요구

조희대 대법원장 “개혁도 헌법 원칙 위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9월 2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개혁이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온 가운데, 사법부는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최고법원 구성과 법관 인사제도는 사법권 독립의 핵심”이라며 국회 입법에 제동을 걸고 있다. 내부 기류는 대체로 신중론이지만, 일부 제도 개선에는 수용 여지를 남겨두는 모습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위는 조만간 개혁안을 공개하고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를 추진할 예정이다. 당초 지난달 29일 최종안을 발표하려 했으나 일정을 늦추고 막판 조율 중이다. 최근 당 일각에서 제기된 ‘재판소원’(대법원 확정판결에 대한 헌법소원 허용)에 대해서는 “논의된 바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법부는 국회의 속도전에 대해 신중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 9월 12일 열린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에는 전국 법원장 42명이 모여 7시간 넘게 릴레이 토론을 이어갔다. 이 자리에서 법원장들은 세 가지 원칙을 내세웠다. △ 충분한 공론화와 숙의를 거친 개혁 △ 사법권 독립의 핵심인 최고법원 구성과 법관 인사제도에 대한 사법부 참여 보장 △ 국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신속·공정한 재판 구현이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사법부의 공식 참여 없이 개혁이 추진되는 것에 우려한다”며 “국민을 위한 제도 개편이 되도록 사법부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에서는 구체적인 개혁안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다수 판사들은 법관 수 증원 문제와 관련해 “단기간 대규모 증원은 사실심 약화와 정치적 다양성 훼손 우려가 있다”며 단계적·소규모 증원을 제안했다. 하급심 강화가 병행되지 않으면 상고심 병목만 완화될 뿐 재판 충실도는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임명제도 개편과 관련해서는 추천위원회의 독립성 보장과 위원 구성의 다양성 확대 필요성이 거듭 언급됐다.

뒤이어 9월 25일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 재판제도분과 토론회에서도 같은 문제의식이 이어졌다. 법관들과 외부 토론자들은 대법관 30명 증원안에 대해 “상고심 적체 해소에는 일정 부분 필요하다”면서도 “증원의 속도와 범위를 조율하지 않으면 대법원 권위가 흔들리고 국민 신뢰가 오히려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는 “소폭 증원과 하급심 강화의 병행”을 절충안으로 제시했다. 임명 방식 개편에 대한 토론도 구체적이었다. 유현영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국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천거·의견 제출 절차를 도입하고, 후보자 검증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며 “추천위원회에도 여성·비법관 위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의 참석자들도 “회의를 속기·녹음해 책임성을 높이고 검증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급격한 제도 변경은 피하되, 상고심 충실화를 위한 증원 논의는 피해갈 수 없다는 점에서 의견이 모인 것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최근 신임 법관 임명식에서 “헌법은 재판의 독립을 천명하고 법관의 신분을 보장하고 있다”며 “오직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재판에 임하라”고 당부했다. 이는 사법부가 개혁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제도 변화가 헌법적 토대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메시지다. 사법부가 제시한 세 가지 원칙은 △충분한 공론화 △사법부 참여 보장 △국민 신뢰 회복이다. 정기국회에서 민주당의 속도전과 이 원칙들이 어떻게 조율될지가 향후 사법개혁 논의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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