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폐지를 관철한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 2라운드’에 돌입했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을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범위 확대까지 추진하면서 사법개혁에 속도를 더하고 있습니다.
여당의 공수처법 개정 시도에 야당도 공수처 폐지 내용을 담은 개정 법안을 재소환하며 맞불을 놨습니다. 야당은 여당발 공수처법 개정안이 사실상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표적 입법’이라는 입장입니다.
공수처를 둘러싼 여야 충돌은 지난달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본격화했습니다. 이날 소위에 공수처법 개정안이 상정됐지만, 여야는 수사권 범위를 놓고 격하게 충돌한 끝에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법원행정처는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한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하면서 사실상 반대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검찰청 폐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조 대법원장 사퇴 압박에 이은 공수처법 개정 시도. 서울경제신문이 사법개혁을 둘러싼 정치권의 대립 상황을 들여다봤습니다.
‘모든 범죄’로 수사 확대…공수처법 개정안 주요 내용은?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 위원장인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수처법 개정안의 핵심은 수사대상의 전면 확대다. 개정안에는 대법원장·대법관·검찰총장·판사·검사·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등에 대한 모든 범죄를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 2020년 출범한 공수처의 수사 범위는 현재 뇌물공여와 직권남용 등 공수처법이 규정하는 고위공직자의 ‘직무 관련 범죄’로 한정돼있다. 이밖에도 공수처법 개정안은 소속 검사의 수를 현행 25명에서 50명으로 늘리고, 최대 12년으로 한정된 공수처 검사의 임기 제한을 폐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개정안을 발의한 김 의원은 지난달 26일 MBC 라디오에서 “법조인들의 법조 비리, 법조 공무원들과 고위 공무원들이 수많은 범죄를 자기들끼리 서로 봐주기 하면서 암장해왔다”며 “공수처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려면 법조 비리에 대해 모든 범죄를 수사해야 자기들끼리 봐주기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희대 표적법” 반발한 국민의힘…공수처 폐지 맞불도
민주당의 공수처 강화 시도에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직무 관련 범죄’에서 ‘모든 범죄’로 확대하는 ‘조희대 표적 사정법’까지 밀어붙이고 있다”며 “공수처법 개정안은 민주당의 일당독재 완성을 위해 걸림돌이 되는 모든 세력을 제거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법사위 소속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기존의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수처법 개정안을 통해 민주당의 새로운 검찰청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특히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모든 범죄’로 확대하는 조항이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을 공수처를 통해 수사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지난 대선 직전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한 걱을 ‘정치적 판결’로 규정하고 반발해왔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조 대법원장이 재판 직전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회동하고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발 공수처법 개정안이 논의된 다음날인 지난달 24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는 공수처 폐지를 골자로 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공수처 강화안을 담은 개정안과 폐지안을 담은 개정안이 모두 법사위 논의 테이블에 오르면서 여야 신경전이 더 거세질 전망이다. 해당 개정안을 발의한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제안 이유에서 “공수처가 수사기관으로서의 역량이 현저히 부족하고 향후 기관 운영에 있어 정치적 중립성이 담보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공수처가 법률의 취지에 맞게 운영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공수처 폐지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공수처 주도로 이뤄진 것과 관련해 야권에서는 꾸준히 공수처의 수사 범위에 대한 이의를 제기해왔다. 올해 2월에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공수처 폐지 내용을 담은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법원 입장은?
법원은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해 우려의 입장을 표명했다. 지난달 23일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이진수 법무부차관은 “공수처에 대한 민주적 통제 장치가 미비한 상태에서 그 수사 및 기소 범위를 확대하고 이첩권 등을 강화해 타 수사기관에 우위를 인정하는 것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반하는 측면이 있다”며 “자칫 공수처 검사의 권한 남용으로 귀결될 우려도 있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배형원 법원행정처차장은 “수사기관간의 조정 및 권한 배분에 관해 사법부에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다만 고위공직자의 직무와 무관한 범죄까지 수사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공수처 설 취지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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