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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 브레이크’ 밝힌 日과학자 노벨상 수상…韓의사들 평가는

[2025년 노벨생리의학상]

美 메리 브렁코·프레드 램즈델, 日 사카구치 시몬 영예

체내 면역 기능 조율…브레이크 역할 조절T세포 발견 공로

암·자가면역질환 연구 패러다임 전환…치료법 개발에 기여

시몬 사카구치(오른쪽) 일본 오사카대 석좌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체내 면역 기능을 조율해 일종의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조절 T 세포(Treg) 존재를 규명한 미국과 일본 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의료계에서는 자가면역질환과 암 면역치료, 장기이식 등 다양한 분야의 치료 전략을 바꿀만한 업적으로 난치병 극복의 기반이 될 것이란 평가를 내놨다. 이들의 기초의학 연구 결과를 토대로 국내에서도 관련 신약의 연구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위원회는 2025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메리 브렁코(Mary E. Brunkow) 미국 시애틀시스템생물학연구소 선임프로그램매니저, 프레드 램즈델(Fred Ramsdell) 미국 소노마바이오테라퓨틱스 과학고문, 시몬 사카구치(Shimon Sakaguchi) 일본 오사카대 석좌교수가 선정됐다고 6일(현지시각) 밝혔다.

이들은 몸 속 면역체계가 외부의 적을 공격하면서도 자기 자신은 공격하지 않도록 제어하는 시스템, 즉 조절 T세포의 원리를 밝혀냄으로써 암과 자가면역질환 연구의 지형을 완전히 뒤바꿨다.

자가면역질환은 몸 속 면역체계가 오작동해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질환이다. 과도한 면역반응을 일으켜 면역세포가 외부 침입자가 아닌 정상세포까지 공격한다. 류마티스관절염, 전신홍반루푸스, 제1형 당뇨병 등이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이다. 과거에는 자가면역질환 환자의 면역체계를 전반적으로 억제하는 치료법이 활용됐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과학자들은 특정한 면역계 이상이 이런 이상반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자가면역질환이 면역체계의 오작동으로 인한 것임을 규명한 것이다.



사카구치 교수는 조절 T세포가 발현하는 CD25 수용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규명했다. 브렁코 매니저와 렘스델 과학고문은 이 T세포에서 FOXP3 유전자가 제일 중요한 조절인자임을 밝혀냈다. FOXP3 유전자의 결함과 이상이 면역 균형을 무너뜨리고, 결과적으로 면역의 브레이크가 고장난 상태가 중요한 원인임을 규명했다. 이러한 발견은 단순히 면역 억제가 아닌 면역 균형 회복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되는 계기였다.

이주하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과거엔 자가면역질환이 있으면 면역억제제로 전체 면역계를 억눌렀지만 이제는 조절 T세포를 증강하거나 이식해 질병의 근본 원인을 표적 치료할 수 있게 됐다"며 "더 정교하고 부작용이 적은 방향으로 다양한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치료제들은 면역반응을 광범위하게 억제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했지만, 이후 조절 T세포를 강화해 필요한 면역은 살리고, 과도한 면역만 조절하는 선택적 접근전략이 가능해졌다.

최근에는 환자 자신의 조절 T세포를 확장하거나, 유도만능줄기세포(iPSC)에서 유래한 CAR-Treg 세포치료제로 이식 거부반응이나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임상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제갈동욱 서울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조절 T세포 수용체를 활용하면 루프스, 1형 당뇨병, 류머티즘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환자의 T세포를 채취해 증폭시킨 뒤 인위적으로 수용체를 발현하게 하는 키메릭항원수용체(CAR)-Treg 세포를 이용한 임상시험이 국내서도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면역조절세포 하나의 기능을 밝히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 면역계가 자기와 타인을 구분하는 철학적 기준을 제시한 상징적 사건이라는 데서 이번 수상의 의미를 찾았다. 주지현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자가면역질환은 면역이 자기 자신을 잊어버리고 공격하는 상태이고, 조절 T세포는 그 기억을 되찾게 해 공격을 멈추게 하는 생체 내의 조화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균형의 회복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가 최근 면역학 분야의 핵심 연구 주제이자 이번 노벨상 수상자들이 우리에게 남긴 숙제"라며 "향후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더 강한 약이 아닌, 더 정교한 면역 조절 전략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벨 생리의학상은 1901년부터 올해까지 총 116차례 수여됐다. 수상자들은 상금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6억4000만 원)를 나눠 받는다. 노벨위원회는 이날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7일 물리학상, 8일 화학상, 9일 문학상, 10일 평화상, 13일 경제학상 등의 수상자를 발표한다.

‘면역 브레이크’ 밝힌 日과학자 노벨상 수상…韓의사들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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