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백악관에 복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임 행정부 때 임명됐거나 자신에게 적대적이었던 인사들과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 인사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면 담당 기관이 해고 조치하거나 법적 타툼을 벌이는 방식이다. 이를 두고 청년 보수 유명 인사인 찰리 커크 사망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급진 좌파 척결을 외치면서 정치 보복 강도를 높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6일(현지 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법무부에 자신의 정적들에 대한 기소를 노골적으로 압박한 이후 후속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팸 본디 법무장관에게 보낸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 공개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더이상 미룰 수 없다, 그것(기소하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의 명성과 신뢰도를 죽이고 있다"며 "그들은 나를 두 번 탄핵했고, 아무것도 아닌 일로 기소했다(5차례나!). 정의는 실현돼야한다. 지금!!!"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목한 인물은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애덤 시프 상원의원(민주·캘리포니아),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으로 모두 자신과 오랫동안 대립각을 세워온 인물들이다.
코미 전 FBI 국장은 2016년 미 대선에 러시아가 트럼프를 돕기 위해 개입했다는 의혹인 이른바 '러시아 게이트' 수사를 지휘했던 인물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인 2013년 9월 FBI 국장에 취임한 그는 트럼프 집권 1기 초기에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우다가 2017년 5월에 면직됐다. 지난 5월엔 인스타그램에 조개껍데기들이 '86 47'이라는 모양으로 놓인 사진을 올렸다가 이 사진이 '트럼프 대통령을 암살하라'는 선동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논란이 되자 해당 사진을 삭제하기도 했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그룹을 상대로 여러 건의 법적 공방을 벌인 이력이 있고, 시프 상원의원은 트럼프 1기 집권 때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모두 엄청난 죄가 있지만 아무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본디 장관에게 쓴 SNS 메시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은 자리에서도 그는 "그들(법무부)은 행동해야 한다. 신속히 행동해야 한다"며 자신의 정적들에 대한 기소를 재차 압박했다. 노골적인 대통령의 불만이 나온 지 며칠 뒤인 25일 연방 검찰은 기존 불기소 방침을 뒤집고 코미 전 국장을 의회에서의 허위 진술과 의회 절차 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시프 상원의원과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빌 펄티 연방주택금융청(FHFA) 청장에게서 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로 고발됐다.
코미 전 국장 기소 후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도 정적들에 대한 수사와 기소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26일 기자들과 만나 '코미가 기소됐는데, 대가를 치르게 될 명단에서 다음번 사람은 누구냐'는 질문을 받고 "명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기소되는) 다른 이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 말은, 그들은 부패 인사라는 것이다. 이 자들은 부패한 과격 좌파 민주당원들이었다"라며 "그들(민주당)은 법무부를 무기화했고 이런 일은 역사상 전례가 없던 일이었다. 그들이 한 일은 끔찍하다. 그래서 나는 이런 일이 나라에 일어나도록 내버려두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 기소될) 다른 이들이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다음번에 민주당 대통령이 들어서면 당신 밑에서 FBI 국장을 지낸 사람이나 당신 행정부 사람들을 기소할 것이라는 걱정이 드느냐'는 질문에는 "그들이 하려고 한 게 그것 아니냐"며 "그들은 내게 그렇게 했다. 4년 동안 나를 잡으려고 쫓아다녔다"고 답했다.
친민주당 성향의 사업가인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도 트럼프 대통령이 벼르는 대상이다. 커크 사망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커크 암살 배후에 극좌 세력이 있다며 소로스와 그가 설립한 재단을 후원자로 지목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 미 법무부가 소로스가 세운 공익재단인 ‘오픈 소사이어티 재단’에 대한 수사 계획을 제출하라고 연방지검들에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방화에서부터 테러 지원까지 재단에 적용할 수 있는 혐의들을 제시하며 수사를 압박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반(反)파시즘·반인종주의 좌파 운동인 '안티파'(Antifa)를 비롯해 정치적 폭력을 선동하는 네트워크 및 단체, 조직을 수사하고 차단하기 위해 연방수사국(FBI)에 '국가 합동 테러 태스크포스' 구성을 지시했다. 그는 "우리는 이 단체들의 자금 지원자들을 살펴보고 있다"며 "이들은 전문적인 무정부주의자이자 선동가들이다. 그리고 부유한 사람들로부터 고용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로스라는 이름을 들어봤다"며 헤지펀드 대부 조지 소로스를 언급한 뒤 "나는 몇몇 급진좌파인 부호들의 이름을 들었다. 아마도 (링크드인 공동창업자) 리드 호프먼이라는 이름에 대해서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 리스트에는 2021년 '1·6 의회 폭동' 당시 연방수사국(FBI)을 이끌었던 크리스토퍼 레이 전 국장도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NBC 방송 인터뷰에서 레이 전 국장과 관련해 "그가 한 일은 매우 부적절한 것이었다"며 "우리는 그 모든 FBI 요원이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이제 막 알게 됐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레이 전 국장을 수사 중인지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그렇게 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1·6 의회 폭동은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대통령의 극렬 지지층이 주도한 의사당 난입 사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FBI가 모든 규칙, 규정, 절차, 기준을 위반하고 1월 6일 사기극(Hoax) 직전과 그 도중에 군중 속에 FBI 요원 274명을 배치한 것이 방금 드러났다"며 "FBI 요원들은 아마도 선동가와 반란자로 활동했을 것이며 결코 '법 집행관'으로서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썼다. FBI가 의회 폭동 당시 잠복 요원을 은밀히 배치해 선동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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