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출신의 세계적 상어 전문가가 현장 연구 도중 상어의 공격을 받아 머리를 물리는 아찔한 사고를 겪었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상어의 잘못이 아니다”라며 상어를 옹호해 화제가 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해양학자 마우리시오 오요스 박사는 지난달 27일 코스타리카 본토에서 약 640㎞ 떨어진 해역에서 ‘갈라파고스 상어’의 공격을 받았다. 그는 당시 기업형 어선으로부터 상어를 보호하기 위해 상어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오요스 박사는 스쿠버 장비를 착용하고 수심 3~4m 지점에서 몸길이 2.7m 크기의 갈라파고스 상어를 마주쳤다. 그는 상어 개체를 식별하기 위한 표식을 배지느러미에 붙이는 데 성공했지만, 이 순간 상황이 급변했다. 표식에 놀란 상어가 갑자기 방향을 틀어 정면으로 돌진한 뒤 오요스 박사의 머리를 그대로 물어버린 것이다.
그는 NYT에 “1초도 안 돼 내 머리가 통째로 상어 입속으로 들어갔다. 두개골에서 ‘빠지직’ 소리가 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다행히 상어는 머리를 곧바로 뱉어냈지만, 잠수 마스크가 깨지고 피와 물이 가득 차면서 호흡이 불가능해졌다. 게다가 공기통 호스까지 찢겨 산소가 새어 나왔다.
시야마저 가려진 상황에서 그는 어른거리는 그림자를 바탕으로 상어가 멀어졌다고 파악, 간신히 수면 위로 올라와 동료의 도움으로 보트에 구조됐다. 인근 섬으로 이송된 뒤에는 곧바로 코스타리카 수도 산호세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 현재는 턱 치료 수술을 앞두고 있으며 이미 두피와 얼굴 곳곳에 난 상처 27곳을 봉합하는 수술을 받았다. 상어 이빨 27개가 파고들어 찢은 자국이었다.
그는 사고 당시 “숨을 쉴 수 없다는 것이 제일 큰 걱정이었다. 공기를 빨아들이려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며 “솔직히 모든 것이 슬로모션처럼 느껴졌지만 정신은 오히려 차분했고, 계속 ‘어떻게 살아남을까’만 생각했다”고 전했다.
30년째 바닷속에서 상어와 함께 연구를 이어온 그는 이번이 첫 ‘머리 공격’ 경험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상어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문 것”이라며 “자신의 공간에 내가 들어오자 겁을 먹은 것뿐, 상어의 잘못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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