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최대어’로 불리는 ‘압구정3구역’이 압구정동 한강변 일대 재건축 구역 중 마지막으로 정비계획안 심의를 통과하면서 본격 개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2021년 3월 조합 설립 이후 4년 7개월 만이다. 올해 8월 정비계획안 심의에서 아파트 높이 조정 및 단지 개방 등을 이유로 한 차례 고배를 마셨으나 서울시와 의견을 조율한 끝에 가까스로 인허가 문턱을 넘었다. 이에 따라 압구정3구역은 49년 만에 최고 높이 250m(랜드마크 2개 동, 70층), 총 5175가구로 탈바꿈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는 1일 ‘제10차 도시계획위원회 수권분과소위원회’를 개최하고 서울 강남구 ‘압구정3구역 정비구역·정비계획 변경안’과 압구정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 및 도시관리계획 결정 변경 계획 및 경관 심의안을 수정 가결했다고 2일 밝혔다. 이로써 현재 압구정동 일대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4개 구역(2~5구역) 중 마지막으로 남은 3구역도 정비계획안이 확정되면서 압구정동 재건축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최종 승인된 정비계획안에서 핵심적인 부분은 ‘제한 높이’와 ‘단지 개방’ 부분이다. 조합 측은 지난해 11월 정비계획을 제출했으나 이 두 가지 쟁점으로 올해 8월 첫 도계위 심의에서 보류 판정을 받으며 통과하지 못했다. 당시 도계위는 한강변 전면 랜드마크 동의 높이가 최고 250m로 도시 경관 확보에 불리하다며 조합 측에 층수 변경 요구와 함께 지하로 계획된 공공 보행로에 대한 지상화 의견을 냈다. 이에 조합은 서울시 의견을 수용해 기존 4개였던 랜드마크 동을 2개 동으로 축소하고 단지 입구로부터 시작돼 한강공원으로 이어지는 보차 혼용 통로를 지상에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상 보차 혼용 통로는 압구정을 찾는 시민 누구나 한강공원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고 ‘열린 단지’ 개념을 적용해 담장은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며 “주민 공동 시설인 경로당과 어린이집, 작은 도서관, 돌봄센터 등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외부에 개방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구역 중앙 부근에 있던 압구정동 주민센터의 이전 및 신설도 기부채납 항목에 포함됐다. 향후 압구정3구역은 이번 심의 결과를 반영한 정비계획 고시를 거쳐 시공사 선정 및 건축·교통·교육·환경 등 통합 심의 절차를 신속히 이행하고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압구정3구역의 정비계획이 통과되면서 정비사업 역사도 재조명 받고 있다. 압구정3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단위계획구역의 중심 입지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한다. 압구정동 내에서도 일명 ‘구현대(현대8차 제외)’로 불리며 선호도가 가장 높다. 한강변 최고의 입지를 가졌으나 역설적으로 그로 인해 재건축 사업 과정은 순탄하지 못했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첫 임기 때 2009년 한강변에 초고층 아파트를 허용하는 대신 녹지와 공공시설을 확보하는 내용의 ‘한강 공공성 회복 선언문’을 발표했다. 당시 서울시는 압구정을 ‘높이 완화구역’으로 지정해 최고 층수의 제한을 50층으로 높이고 용적률 완화 혜택을 주는 대신 순부담률 25% 이상의 기부채납을 받기로 했다. 압구정동 재건축의 시작점이었으나 높은 기부채납 비율로 주민 반발이 극심해 사업이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 2012년 새롭게 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이 오 전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전략과 전면 배치되는 ‘수변경관 관리방안’을 내세우며 전략정비구역 계획안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이듬해 박 시장은 서울시 스카이라인 관리 원칙을 만들며 주거용 건축물의 높이를 35층 이하로 제한해 압구정 재건축 사업은 멈췄다. 이후 오 시장이 다시 당선되면서 조합이 신속통합기획 사업을 신청했고 한강 보행교 신설 및 공공 보행로 등을 두고 서울시와 기부채납 관련 이견을 조정해오다 마침내 이번에 정비계획이 통과됐다. 한강 보행교는 제안에서 최종 제외됐다.
올해 7월에는 토지 지분 소유권 문제도 대두됐다. 구역 내 15개 필지(5만 2000㎡)가 조합원이 아닌 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서울시 소유로 파악되면서 사업이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이날 일부 조합원들은 토지 소유권을 찾기 위해 서울 종로구 안국동 현대건설 본사 앞에서 시위를 하기도 했다.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위한 종전 자산평가 전에 빨리 결론 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법적 공방이 길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현대건설의 승소 가능성이 낮은데다 3구역 수주에 사활을 걸고 있어 현대건설이 1심에서 패소해도 항소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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