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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 "노란봉투법 남은 6개월이 골든타임…하청구조부터 점검해야"

■이명철 율촌 노란봉투법 대응 센터장

사용자 개념·교섭 범위 확장…기업 경영환경 대변화

하청노동자 직접 교섭, 구조조정·M&A도 협상 대상

‘실질적 지배력’ 판정은 대법원 판례 예의주시 필요

회피보다는 대비가 해법…파국 전에 대화·소통해야

이명철 법무법인 율촌 노란봉투법 대응 센터장이 2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노란봉투법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회피보다 수용 후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내년 3월 시행을 앞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은 기업들에는 새로운 도전이다. 사용자 개념과 단체교섭 범위가 대폭 확대돼 하청 근로자가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고 임금·근로시간뿐 아니라 구조조정, 해외 이전, 인수합병(M&A) 같은 경영상 결정도 노사 간 교섭 대상이 된다. 노동조합도 사측도 안 가본 길이다. 위헌 논란과 보완 입법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법 시행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법무법인 율촌의 이명철 노란봉투법 대응 센터장은 2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법이 공표되고 시행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논쟁은 무의미하다”며 “기업은 남은 6개월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노동법 관련 재판연구관을 지낸 이 센터장은 “당장 기업별로 하청 구조와 노조의 현황을 점검하고 실질적 지배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기업이 얼마나 준비하고 노조와 신뢰를 구축하느냐에 따라 노란봉투법의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센터장은 산업구조가 복잡해지고 아웃소싱이 일반화된 현실에서 청소·경비·물류 등 모든 하청 업체가 잠재적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노란봉투법의 법적 배경과 입법 취지는 무엇인가.

△산업구조의 중층화와 다변화가 배경이다. 기업들이 사내 아웃소싱을 확대하며 수직 계열화된 생산구조를 해체한 결과이기도 하다. 법적으로는 2010년 현대중공업 대법원 판결이 출발점이다. 당시 ‘실질적 지배력’ 개념이 처음 등장했다. 부당노동행위 사건에서 원청의 지배 개입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제시됐다. 노동계는 이를 단체교섭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했고 이번에 입법화됐다. 하청 노동자 입장에서는 “진짜 결정권자와 교섭하겠다”는 요구가 법제화된 것이다.

-개정 조항 가운데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부분은.

△사용자 개념의 확장이 핵심이다. 기존에는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주’였으나 이제는 ‘근로자에 대해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까지 범위를 넓혔다. 교섭 의제도 임금·근로시간뿐 아니라 정리해고, M&A, 해외 이전 등 경영상 의사결정까지 포함된다. 해외로의 생산 거점 이전도 더 이상 경영진의 고유한 결정이 아니다. 노조가 “내 일자리와 직결된다”며 파업을 벌일 수도 있다. 독일·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서도 구조조정이나 대규모 인수합병 시 노조와의 협의 절차가 엄격히 규정된다. 한국 기업도 유사한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은 어떻게 판단하나.

△이번 법의 최대 쟁점이다. 법률에는 추상적으로만 규정돼 있고 시행령 위임 근거도 없다. 고용노동부가 구속력 있는 세부 기준을 정할 권한이 없다. 판례가 기준을 형성한다. 기존 판례에서 제시된 요소는 네 가지다. 첫째, 경제적 종속성이다. 하청이 원청 의존도가 높아 다른 수입원이 없다면 지배력이 인정된다. 둘째, 업무 혼재다. 원청과 하청 근로자가 같은 공간에서 유사 업무를 하면 지배력이 형성된다. 셋째,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안전을 직접 관리하면 지배력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넷째, 전문성·독립성 여부다. 청소 업체 장비나 물류 차량을 원청이 제공·관리한다면 독립성이 부정된다. 이는 불법 파견 판례의 다섯 가지 판단 기준과 매우 유사하다.

-2·3차 다층적 하청 구조에도 원청의 책임이 확장되나.

△2·3차 하청까지 실질적 지배력이 미치면 단체교섭 사용자가 될 수 있다. 기존 불법 파견 판례에는 업무 지시, 직접 지휘 감독, 하청의 독자적 시설·설비·전문성 등이 판단 기준이었지만 실질적 지배력은 더 넓은 개념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현대중공업 하청노조의 단체교섭, CJ대한통운과 민주노총 택배노조와의 분쟁에 대한 판결이 중요하다. 노란봉투법 시행 전에 판례가 나온다면 기준이 될 수 있으니 예의주시해야 한다. 국제적으로도 글로벌 공급망 관리 강화 흐름과 맞물린다. 유럽연합은 다국적 기업이 하청과 협력 업체의 인권·노동 기준을 관리하도록 의무화하는 ‘기업 지속 가능성 실사 지침(CSDD)’을 추진 중이다.

-구조조정이나 M&A 등을 이유로도 파업이 가능하다는데.

△과거에는 임금·근로시간 같은 전통적 근로조건만 쟁의행위 사유였다. 이제는 ‘근로자의 지위 또는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이 포함된다. 따라서 정리해고, 해외 이전, 공장 통폐합, M&A 모두 합법 파업 사유가 될 수 있다. 이는 기업의 의사 결정 자율성을 제약하고 기밀 유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업은 주요 의사 결정을 노조와 공유·설명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노사 소통 채널을 활성화해야 한다.

-손해배상 제한 조항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민법의 연대책임 원칙과 상충한다. 기존에는 불법행위에 대해 연대책임을 물을 수 있었다. 이제는 개별 조합원의 지위, 참여 정도, 임금 수준을 모두 고려해 차등 배상하도록 했다. 법원은 각 근로자의 참여 정도를 일일이 심리해야 한다. 소송 부담과 기간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컨베이어 벨트 중단으로 수백억 원의 손해가 발생했다면 기업이 직접 조합원별 참여 정도를 입증해야 한다.

-노조 설립 범위 확대도 큰 변화 아닌가.

△특수고용직, 플랫폼 노동자, 개인사업자형 종사자까지 노조 설립이 허용됐다. 택배기사, 배달라이더, 정보기술(IT) 전문 프리랜서 등도 노조를 구성해 교섭할 수 있다. 앞으로 산업별, 초기업 단위 교섭이 늘어날 것이다. 기업들은 정규직 중심의 노사 관계를 넘어 다양한 고용 형태와 소통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이명철 법무법인 율촌 노란봉투법 대응 센터장이 2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노란봉투법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회피보다 수용 후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어떤 업종이 특히 취약한가.

△전통 제조업과 달리 금융과 서비스업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보험사의 법인보험대리점(GA) 구조에서 원청인 보험사가 설계사에게 업무 지침과 수수료 체계를 제공한다면 지배력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은행 콜센터, 증권사의 투자 상담도 마찬가지다. 방송·콘텐츠 업종은 프리랜서·계약직·정직원이 혼재돼 있어 리스크가 높다. 최근 인공지능(AI) 도입으로 업무가 더 분산되는 추세가 오히려 위험을 키울 수 있다.

-남은 6개월 동안 기업의 필수 점검 사항은.

△중대재해처벌법 사례를 보면 사전 준비 여부가 기업 생존을 갈랐다. 무엇보다 현황 점검이 우선이다. 50인 이상 사업장은 대부분 적용 대상이다. 계속 강조하지만 하청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 행사 여부와 도급 계약, 실제 업무 지시·감독 범위를 확인해야 한다. 특히 안전보건 관리의 범위는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노조 현황 분석도 중요하다. 하청 노조의 설립 여부, 단체협약 주요 쟁점, 과거 분쟁 사례, 상급단체 가입 여부 등 주요 쟁점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법적 대응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노무 전담 인력을 보강하거나 외부 전문가를 선임하고 교섭 매뉴얼과 쟁의행위 대응 지침을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실무적인 운영은 어떻게 대응하나.

△예방적 소통 강화가 중요하다. 단체교섭 역량을 강화하고 평상시 소통 채널을 가동해야 한다. 교섭 전략으로는 M&A·구조조정 필요성을 미리 설명할 수 있는 구조도 갖춰야 한다. 단순히 ‘경영 판단’이라고 거부하면 쟁의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위기 관리 준비도 필수다. 사업 연속성 계획(BCP)을 세밀히 마련해야 한다. 대체근로가 금지된 상황에서 쟁의가 발생하면 외부 인력을 투입할 수 없다. 핵심 인력 재배치나 자동화 시스템 가동 등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글로벌 경쟁력에는 어떤 영향이 미칠까.

△AI 도입과 산업구조 변화 속에서 노란봉투법이 기업 활동을 제약할 우려가 있다. 업무가 분산될수록 잠재적 교섭 대상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 기업이 한국 기업을 인수하려 할 때 하청 노조의 쟁의까지 고려해야 한다면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기업이 투명한 지배구조와 책임 있는 노사 관계 모델을 구축한다면 오히려 글로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평가에서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위헌 논란과 보완 입법의 방향은.

△헌법재판소 제청 가능성은 있지만 위헌 결정 가능성은 높지 않다. ‘실질적·구체적 지배력’ 개념 자체가 위헌은 아니다. 중대재해처벌법도 비슷한 논란 끝에 유지됐다. 현실적인 보완 입법 대안은 교섭 범위를 합리적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은 전통적 근로조건(임금·안전보건 등)으로 제한하고 원청의 경영상 결정(M&A·구조조정 등)은 원청 노조만 교섭할 수 있도록 분리하는 방안이 있다. 또 실질적 지배력 판단을 위한 전담 특별노동위원회 설치도 필요하다. 모든 분쟁을 법원에 맡기면 노사 관계의 사법화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기업에 전하고 싶은 조언은 무엇인가.

△노란봉투법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회피보다 수용 후 대비가 필요하다. 쟁의로 파국을 맞기 전에 교섭을 원활히 하고 갈등을 예방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리스크 점검과 대응 체계를 지금부터라도 갖춰야 한다. 대화와 소통 없는 경직된 태도야말로 가장 큰 리스크임을 명심해야 한다.

He is

1970년 전남 화순에서 태어나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사법연수원 30기로 법원 내 대표적인 노동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2001년 서울지법 의정부지원 판사를 시작으로 서울고등법원·서울가정법원·서울중앙지법·서울남부지법 등의 부장판사로 재직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근로조 총괄로 활동하며 노동 분야의 다양한 판례 형성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2024년 3월 법무법인 율촌에 합류해 올해 8월부터 노란봉투법 대응 센터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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