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센터의 출발점이자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예방 체계와 신속한 초동 대응 시스템을 함께 갖춰 근로자의 안전을 지키는 동시에 기업의 법적 부담까지 줄일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이재명 정부가 산업 현장의 중대재해 근절을 핵심 국정 과제로 강조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집행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은 안전 문제를 단순한 관리 차원이 아닌 ‘생존 전략’으로 다루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런 가운데 법무법인 LKB평산이 29일 출범시킨 ‘중대재해센터’는 주목할 만한 시도로 평가된다.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AI)기술 기반 사전 예방부터 초기 대응, 법률 지원까지 아우르는 원스톱 서비스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로펌이 사고 발생 이후 소송이나 수사 대응에 집중해온 것과 달리 이 센터는 “사고 자체를 막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다. 이를 위해 변호사뿐 아니라 공공클라우드·안전문화·노무 전문가 등 19명이 참여했다. 대검 공안기획관 출신 이수권 변호사(26기), 부산지검장을 지낸 정영학 변호사(29기) 등 대표적 ‘공안통’은 물론, 우도윤 전 고용노동부 사무관(현 노무법인 창해 대표), 문영남 한국공공클라우드연구원 대표, 안전문화연구원 전문가까지 합류해 기존 로펌과는 다른 폭넓은 전문성을 갖췄다. 이정훈 센터장(29기)은 “뒤늦은 대응은 가족과 현장 모두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며 “사고 자체를 막는 것이 가장 큰 책무”라고 강조했다.
센터는 국내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예방 중심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한국공공클라우드연구원이 개발한 ‘건설DX’는 공사 현장의 사진과 서류를 실명제로 기록하고 AI와 인증 기술을 통해 진위를 실시간 검증한다. 촬영자의 이름·날짜·위치가 자동 저장돼 위조나 중복 제출이 불가능하며 자료는 즉시 발주처와 주민에게 공유돼 공사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인다.
이정훈 센터장(29기)은 “2022년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때는 3층에서 찍은 공사 사진을 4층, 5층 공사에 그대로 제출하는 등 관리가 부실했다”며 “이런 방식으로는 실제 시공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센터는 촬영 시점과 촬영자를 자동 기록하고 현장에서 생체인증을 거쳐 공공클라우드에 저장하도록 해 위·변조를 차단하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AI 기반의 사전 예방형 안전관리는 이미 해외에서도 주요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아마존은 물류 현장을 시간대별로 촬영해 안전을 점검하고 테슬라는 생산 라인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프랑스 명품업체 에스티듀퐁은 공기 질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미세한 이상에도 즉각 경고를 내린다. 센터 역시 하루 수만 장의 현장 사진을 AI로 학습시켜 위험 신호를 조기에 감지하고, 기업에 곧바로 알리는 ‘AI 안전 컨설턴트’ 도입을 준비 중이다. 시공사가 자료를 누락하거나 허위로 제출하면 즉시 경고가 발부되고 발주처와 공무원, 현장 관계자에게 동시에 통보된다. 이러한 경고 횟수는 해당 기업의 평가에 반영돼, 기업 스스로 관리 체계를 강화하도록 유도한다.
사고가 발생해도 대응은 신속하게 이뤄진다. 변호사 2인이 한 조로 현장에 투입되고 경찰·노동부 출신 전문가가 합류해 초기 조치를 맡는다. 핵심은 진술과 증거가 훼손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다. 이후 단계별로는 수사에서는 불송치, 검찰에서는 불기소, 재판에서는 무죄를 목표로 전략을 짠다. 센터는 또 경찰·노동부 수사가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지원하고 피해자와 목격자의 진술 관리에도 주력한다.
센터는 안전 투자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기업 존립을 지키는 투자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센터장은 “안전에 쓰는 돈은 곧 회사를 살리는 길”이라며 “관리가 소홀하면 사고 발생 시 수십억 원대 벌금과 면허 취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아리셀 참사에서 23명이 희생된 것도 비용 절감이 원인이었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반드시 교훈을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원두 변호사(34기)는 “최소한의 안전 의무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저희 시스템은 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기업이 불필요한 법적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부산지검장을 지낸 정영학 변호사 역시 “중대재해 사건은 저희 센터에 맡기고, 기업은 본연의 사업에 집중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훈영 변호사(32기)도 “수십 건의 노동재해 사건을 다루며 쌓은 경험을 단순한 변론이 아니라 예방 활동에도 접목하겠다”며 “궁극적으로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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