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실력도 매너도 압승…유럽의 포효, 美 본토 삼켰다

◆13년 만에 라이더컵 원정 우승

15대13으로 제압…대회 2연패

美 싱글매치 반격에도 승기 지켜

셰플러, 매킬로이에 1홀 차 승리

4전 4패 수모 뒤 자존심 되찾아

미국 팬 도넘은 욕설·야유 '눈살'

유럽팀의 로리 매킬로이가 29일(한국 시간) 라이더컵 승리 뒤 원정 팬들과 함께 응원가를 부르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유럽팀 부주장인 에드아르두 몰리나리(이탈리아)는 1년 전 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올해 라이더컵 결과를 15대13 유럽팀 승리로 점쳤다. 29일(한국 시간) 미국 뉴욕주 베스페이지 블랙코스에서 끝난 제45회 라이더컵 결과는 몰리나리의 예상 스코어와 똑같았다.



유럽 투어(현 DP월드 투어) 3승의 몰리나리는 지금은 골프 데이터 분석가로 더 이름을 알리고 있다.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한 그는 선수별 샷·퍼트 성향을 분석해 특정 홀에서 어떤 전략이 가장 적합한지 조언한다. 골프 데이터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참여할 정도로 진심이다. 투어의 여러 선수들에게 이런 식으로 도움을 줬고 2년 전 라이더컵 로마 대회 때 통계 기반 선수 페어링(조합)으로 승리의 숨은 공신 역할을 했다. 이번에는 아예 부단장으로 전면에 나서 2회째 단장인 루크 도널드(잉글랜드)와 함께 유럽팀을 이끌었다.

미국-유럽 남자프로골프 대항전인 라이더컵 98년 역사상 유럽이 미국땅에서 승리한 것은 ‘메디나의 기적’으로 불리는 2012년 이후 13년 만이다. 미국은 역대 전적 27승 2무 16패의 승률 60%로 유럽을 압도하고 있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최근 2회 연속 승리를 포함, 9승 3패로 라이더컵은 그야말로 유럽의 게임이 됐다.

◇셰플러에 졌지만 포효한 매킬로이=이틀간 2인 1조 경기에서 7점 차로 달아난 유럽은 이날 1대1 싱글 매치에서 2.5점(승리 1점, 무승부 0.5점)만 보태도 우승이었다. 기적이 필요한 것은 미국 쪽.

미국의 반격은 거셌다. 단 1패만을 안고 6승 5무를 거뒀다. 하지만 전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덟 번째 매치의 셰인 라우리(아일랜드)가 러셀 헨리와 극적으로 비기면서 유럽은 종합 전적에서 최소 무승부를 확보했다. 동점이면 전 대회 우승팀에 트로피가 돌아간다. 마지막 홀에서 2m 버디 퍼트를 넣은 키 185㎝의 라우리는 원정 팬들의 뜨거운 함성 속에 아이처럼 뛰며 감격해 했다.

유럽의 라이더컵 수성을 확정하는 버디 퍼트를 넣고 환호하는 셰인 라우리. AFP연합뉴스




이날 가장 기대를 모은 매치는 세계 랭킹 1·2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대결이었다. 이번 대회 4전 전패로 고개 숙였던 셰플러는 14번 홀(파3)에서 나온 매킬로이의 보기로 리드를 뺏고는 1홀 차로 이겼다.

4패 뒤 1승으로 체면은 차렸지만 셰플러는 팀 패배에 웃지 못했다. 반대로 3승 1무 뒤 첫 패배를 당한 매킬로이는 팀원들과 함께 마음껏 포효하고 노래 불렀다.

◇한 방 먹은 美 우선주의?=영국 가디언은 “미국 팬들의 추악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반영하는 것 같았다”고 꼬집었다. 라이더컵은 대회 성격상 열광적인 응원과 함께 상대 팀에 대한 야유도 빈번한데 이번에는 그 정도가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일부 미국 팬들은 유럽 선수들을 끊임없이 노골적으로 비방했고 가족을 모욕하는 언사도 서슴지 않았다. 한 여성 장내 아나운서가 “망해라, 로리!”를 선창하며 네거티브에 앞장섰다가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도 있었다.

골프광인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팀 응원을 위해 대회장을 찾은 가운데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쓴 갤러리도 흔히 보였다. 트럼프를 닮은 미국 팬들의 오만함에 실력으로 응수했다는 게 이번 승리를 바라보는 유럽 매체들의 시각이다.

단장 키건 브래들리(왼쪽 두 번째) 등 미국팀 선수와 관계자들이 안방 대회 패배에 허탈해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홈 이점 못 살린 캡틴의 후회=2027년 대회 때도 유럽을 이끌어야 한다는 강력한 지지를 받는 도널드와 반대로 미국팀 단장 키건 브래들리는 가시방석이 따로 없다. 통계상 132개 조합 가운데 132순위인 콜린 모리카와, 해리스 잉글리시 페어링을 밀어붙인 것, 첫날 패배 뒤 고집스럽게 변화를 주지 않은 것, 원투펀치인 셰플러와 브라이슨 디섐보를 각각 활용하지 않고 한 조에 몰아넣은 것 등이 비판 여론의 포인트다.

코스 세팅에 대한 얘기도 나온다. 대회장인 베스페이지 블랙 코스는 악명 높은 난코스인데 유럽은 절정의 퍼트감으로 어렵지 않게 코스를 요리했다. 홈 이점으로 얼마든지 유리하게 코스를 세팅할 수 있는데도 면밀한 고려 없이 러프를 길지 않게 깎아 놓은 탓에 미국 선수들의 강점은 가려지고 흔한 퍼트 경연장이 됐다는 얘기다. 브래들리는 “돌이킬 수 있다면 코스 세팅을 지금처럼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2인 1조 포섬(번갈아 치기), 포볼(각자 공 치기)에서 완패하고 싱글 매치에서 완승했다는 것은 뛰어난 개인 기량을 팀 플레이에 녹여내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유럽은 무보수로 뛰었지만 미국팀은 PGA오브아메리카로부터 1인당 20만 달러의 수당을 약속 받고 나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