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날씨 변동성이 커지면서 엔비디아와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기상 예측 모델’ 개발에 나섰다. 집중호우와 같은 돌발 상황을 빠르게 예측해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상청 역시 자체 AI 모델을 도입하는 등 이상기후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6시간 뒤 날씨 예측도 1분이면 충분
기상청과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제주 서귀포 국립기상과학원에서 ‘기상·기후 AI 글로벌 테크 포럼’을 공동 개최했다. 엔비디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가 한 자리에 모인 이번 행사에서는 각국과 빅테크가 개발한 AI 모델의 성과가 공유됐다.
WMO는 현재 ‘조기경보 시스템의 전 세계화’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기후 위기에 취약한 개발도상국에도 AI 기술을 지원해 위험 기후 대응 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23년부터 민간 기업과 함께 AI 기술을 초단기 예보에 적용하는 ‘AINPP 프로젝트’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 일환으로 엔비디아는 지구 전체를 디지털로 구현한 ‘어스2’ 플랫폼을 통해 중기 예보에 활용되는 ‘포캐스트넷’과 뇌우·집중호우를 시뮬레이션하는 ‘스톰캐스트’ 등의 AI 모델을 발표해 왔다. 지난 6월 공개한 생성형 AI 모델 ‘C보틀’은 장기적인 기후 변화까지 예측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포럼에 참석한 제프 아디 엔비디아 수석 엔지니어는 “전 세계 기후 연구 수준을 발전시키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모델을 공개하는 것이 계획”이라며 AI의 공공성을 강조했다.
구글 딥마인드 역시 지난해 12월 AI 기상 예보 모델 ‘젠캐스트’를 공개했다. 쉬레이야 아그라왈 구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특히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초단기 강수 예보를 고도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AI를 활용해 인도 농부 4000만 명에게 ‘몬순 우기’가 언제 끝날 것인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기상 예보에서 AI가 갖는 장점은 ‘신속성’이다. 기존 수치예보 모델은 슈퍼컴퓨터를 통해 방대한 연산을 일일이 수행해야 했다면 AI는 랩탑 수준으로도 빠른 예측이 가능하다. 비교적 자원이 적은 개발도상국에도 쉽게 도입할 수 있다. 이혜숙 기상청 AI기상연구과장은 “AI 모델은 학습만 마치면 6시간 예보든 14일 예보든 1분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AI, 설명 가능성과 데이터 학습은 ‘과제’
기상청은 2019년 인공지능예보연구팀을 신설한 이후 AI 초단기 강수 예측모델 ‘나우알파’를 자체 개발해왔다. 올해 5월부터는 나우알파를 현업에 도입해 운영 중이다. 현재는 6시간 이후까지 예측할 수 있지만 향후 예측 범위를 3개월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엔비디아의 AI 영상 생성 모델 ‘코스모스’를 활용해 나우알파의 선명도를 높이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추론 과정을 알기 어려운 AI의 특성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기상청은 ‘설명 가능한 AI’를 기상 예측 분야에 적용해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강수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12가지로 나눠 AI가 어떤 요소를 반영해 ‘비가 온다’는 결과를 도출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AI의 할루시네이션(환각)을 줄일 수 있다.
기상청은 앞으로 더 많은 데이터 학습을 통해 모델 성능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이현경 국립기상과학원 AI기상연구원은 “습도나 온도와 같은 추가 변수를 반영해 성능을 높이고 한반도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까지 관측 범위를 넓혀 정확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상청은 WMO가 개발도상국에 도입할 모델을 결정할 때 ‘K-예보 시스템’인 나우알파가 선정될 수 있도록 개발을 지속할 예정이다.
이혜숙 과장은 “‘빅테크 기술을 가져와 쓰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며 “기후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만큼 외국 서비스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체 기술을 보유해야 민간 서비스가 중단됐을 때 대응할 수 있고 한국 상황에 맞게 개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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