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 송사리가 성호르몬 수치가 높은 암컷을 단번에 감지해 짝짓기 상대를 고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송사리 행동 특성 연구를 통해 수컷 송사리가 에스트로겐 농도가 높은 암컷을 20초 만에 구별해내고, 지느러미를 세우거나 몸을 떠는 ‘구애춤’을 추며 짝짓기를 시도하는 현상을 국내 최초로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에스트로겐은 난소에서 분비돼 암컷의 생식 기능을 유지하는 호르몬이다.
연구진은 수컷과 암컷이 서로 보이지 않지만 물은 통하는 칸막이 수조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수컷들은 에스트로겐 수치(혈중 에스트로겐 농도·28pg/ml)가 높은 암컷에게 20초 만에 몰려들어 관찰 시간(5분)의 90% 이상 구애 행동을 이어갔다. 반대로 물길을 차단하고 시각적 식별만 가능하게 한 수조에서는 구애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연구진은 “송사리가 짝짓기 과정에서 호르몬을 중요한 ‘신호’로 인식해 외부에서 유입되는 호르몬 유사 물질에도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어류는 수컷의 화려한 발색이나 구애 동작 같은 시각적 자극을 통해 짝을 고른다. 메기나 칠성장어처럼 어두운 환경에 적응해 시력이 퇴화한 일부 종만 후각으로 호르몬을 감지한다. 이런 점에서 연구진은 "눈이 크고 시력이 좋은 송사리가 호르몬을 짝짓기 신호로 활용한다는 사실은 매우 이례적인 결과"라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특히 송사리가 짝짓기 과정에서 호르몬을 핵심 신호로 삼는다는 점에서 외부 환경 요인에 더 민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비스페놀 A, 프탈레이트 등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구조의 환경호르몬이 수계에 유입될 경우, 송사리의 번식력이 저하되거나 성전환 같은 이상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연구진은 “송사리가 환경호르몬에 특히 취약할 수 있다”며 “수생태계 건강성을 지키기 위해 환경호르몬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성과는 어류 행동학 국제 학술지 ‘피쉬즈’(Fishes)에 이달 중 투고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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