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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가족을 위한 살인…관객들에 윤리적 질문 던지는게 내 역할"

■'어쩔수가없다' 박찬욱 감독

"등장인물과 관객 물리적 거리에도

동일시하기와 거리두기 통해 몰입"

특유의 블랙코미디 우아하게 표현

극단적 상황에도 곳곳에 웃음요소

"공짜 관객도 좋으니 많이 봐주시길"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박찬욱 감독. 사진 제공=CJ ENM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는 베네치아영화제에서 해외 언론과 평단, 관객들로부터 ‘최고’라는 찬사를 받아 수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최종 수상은 불발됐다. 아쉬움 속에 22일 언론 시사회에서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왜 상을 타지 못했는지’ 분석하려 했지만 포기하고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동시대 가장 우아한 감독’이라는 해외 언론의 평가는 과장이 아니었다. 한마디로 ‘어쩔수가없다’는 가장 우아한 감독이 만든 웃기고 슬프고 씁쓸한 우리들의 이야기였다. 모든 것이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되는 시대에 실직은 생존권 박탈이자 가족 붕괴, 인간성의 타락으로 이어지는 디스토피아행 티켓이라는 것을 박 감독 특유의 블랙 코미디로 우아하게 연출했다. 전작보다 가벼워진 블랙 코미디 요소가 러닝타임 내내 웃음을 터트리는 요소로 작용했다. 극단과 웃음이 반복되는 서사는 왈츠처럼 부드러운 리듬을 타고 변주돼 가장 우아한 블랙 코미디 장르로 완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박찬욱 감독. 사진 제공=CJ ENM


영화는 실직으로 모든 것, 심지어 사랑하는 아내와 가족까지 잃을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극단으로 몰고 급기야 자신의 경쟁자들을 제거해 그 자리를 차지하려 계획을 세우는 만수(이병헌 분)의 처절한 취업·생존기다. 비현실적이라고 할 수도 있는 영화적 허용에 어쩔 수 없이 공감하고 스며들게 하는 연출력은 관객들을 웃기고 울리기에 충분했다. 2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 감독은 전작에 비해 가벼워진 것 같다고 하자 “그런 의도는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인상적인 장면을 어디에 두고 보느냐에 따라 가벼운 ‘몸 개그’하는 영화로도 기억할 수 있다”면서 “만수 부부가 후반부에 ‘그렇게 열심히 살지 말지 그랬어’라고 말하며 포옹하는 장면을 기억한다면 가족애를 그린 심금을 울리는 영화로 규정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박찬욱 감독. 사진 제공=CJ ENM




실제로 영화는 가벼운 듯 묵직한 듯 다양한 무게를 오가며 관객을 웃기고 당황하게 만들다 결국 ‘살기 위해 몸부림 치는 인간’과 삶을 돌아보고 성찰하게 한다. 박 감독은 “관객들이 스스로 윤리적 질문을 하게 하는 영화를 만든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며 “등장 인물과 관객은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지만 카메라를 통해 주인공에 동일시하고 밀착해서 사건을 바라보게 하기도 하고, 피사체로부터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게 해 심리적 거리를 두게 만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동일시하기와 거리 두기를 반복해 감성적·지성적으로 영화를 음미하게 하면서 궁극적으로 도덕적인 질문을 하고 답을 얻게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관객을 웃기고 가슴을 찡하게 만들다 영화는 결국 ‘거장의 의도’를 넌지시 흘린다. 우여곡절 끝에 만수가 재취업에 성공하고 다시 예전의 행복을 찾을 것 같지만 감독은 만수의 결정에 대해 관객들이 질문하게 한다. 그는 “가족을 위해 연쇄 살인까지 저지르며 재취업을 했지만 이미 모든 것을 알아챈 아내와 아들과는 예전의 관계로 돌아갈 수 없고 아들은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갈 것”이라며 “가족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저지른 일들이 결국 수포로 돌아가는 허망한 결과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만수가 재취업한 공장에서 AI에 의해 작동되는 기계들과 일하는 장면은 만수의 모든 행동이 허망한 것일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박 감독은 “만수가 퇴장하는 장면에서 소등 시스템이 가동되고 뒤에서 AI가 등을 끄는데 언제 인간이 소등될지 모른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만수는 인간 경쟁자와 싸워서 승리한 사람인데 결국 허망하게 AI 등 기계에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는 그런 상징적 장면”이라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한국 영화 시장이 최악인 상황에서 개봉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희망도 전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공짜 관객이어도 좋으니까 많은 사람이 보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어쩔수가없다’는 2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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