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술주가 올 들어 미국 나스닥을 세 배 이상 웃도는 수익률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생성형 인공지능(AI) 딥시크로 불붙기 시작한 투자 열기가 중국 정부의 AI 칩 자립 정책 덕에 날개를 달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 상장 AI 테마주들로 구성된 ‘CSI AI’지수는 올 들어 이달 19일까지 61.66% 오르며 같은 기간 나스닥지수(17.20%) 수익률을 세 배 이상 넘어섰다. 알리바바·텐센트 등 중국 빅테크로 구성된 홍콩 항셍테크지수 역시 같은 기간 40.87% 급등했다.
올해 초 딥시크 열풍을 기점으로 중국 기술기업들이 AI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알리바바·바이두 등 중국 빅테크는 올 들어 고성능 AI 모델을 공개하고 자체 칩으로 AI 모델을 훈련시키는 등 생태계 전반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알리바바는 수년간 은둔 생활을 이어오던 창업자 마윈이 최근 경영 일선에 전면 복귀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최근 한 달간 주가가 37%가량 뛰었다. 레이먼드 청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딥시크 이후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중국 기술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실제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커졌다”고 짚었다.
여기에다 최근 중국 정부가 AI 칩 자립에 속도를 내면서 투자심리가 한층 달아올랐다. 중국 정부는 7월 자국 기업들에 엔비디아의 중국향 저사양 칩 ‘H20’ 사용 자제령을 내린 데 이어 이달에는 신형 ‘RTX 프로 6000D’의 시험과 주문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화웨이도 내년 1분기에 자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활용한 AI 칩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기술 발전과는 별개로 중국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걸림돌로 꼽힌다.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달 0.4% 하락해 디플레이션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AI 칩 자립이 어느 수준까지 진전됐는지 불확실하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증권의 위니 우 중국 주식 전략가는 “중국 반도체 업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며 투자자들이 중국의 해외 반도체 구매 금지 조치 그 자체를 자립 진전의 증거로 지레짐작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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