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잇따른 부동산 대책으로 대출이 막히고 ‘갭투자’가 어려워지자 수요자들이 경기 성남 분당구와 광명시로 옮아가고 있다. 서울 접근성이 좋은 이들 지역은 최근 3개월 새 거래량이 두 배 증가했을 정도다.
21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공개된 집합건물(아파트·연립·오피스텔 등) 소유권 매매 이전등기 통계를 분석한 결과, 분당구의 매수 건은 5월 792건에서 8월 1562건으로, 광명시는 347건에서 859건으로 각각 1.97배, 2.48배 늘었다. 집합건물은 아파트·구분상가·다세대 등이 포함되지만 거래량의 절대다수는 아파트다. 서울의 매매 건수가 6월 2만 871건으로 정점을 찍고 7월 1만 8214건, 8월 1만 6868건으로 줄어드는 점을 고려하면 서울 아파트 매수세가 이들 지역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 내 갈아타기뿐 아니라 서울과 지방 거주자들도 돈 보따리를 싸서 분당과 광명으로 몰리고 있다. 분당에 집합건물을 매수한 이들 중 서울 거주자는 5월 106명에서 8월 191명으로,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거주자는 31명에서 60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분당구 내 갈아타기 수요 증가 비율(418명→808명)과 유사하다. 분당의 한 공인중개사는 “6·27 대책으로 서울에서는 거래가 뚝 끊겼다고 하는데 분당에서는 아직까지 그렇지 않다”며 “아직 규제 지역 지정이 되지 않아서인지 실수요자, 서울 사람, 지방 사람 가릴 것 없이 연락이 많이 온다”고 전했다. 재건축이 사실상 확정적이라는 점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유 중 하나다.
광명시도 상황은 비슷하다. 광명 집합건물 매수자 중 서울 거주자는 5월 84명에서 8월 251명으로, 수도권 외 지방 거주자는 21명에서 58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광명 내 갈아타기 매수자가 150명에서 397명으로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외지인의 매수가 더 큰 비율로 늘어난 셈이다.
아파트 가격도 덩달아 고공 행진하고 있다. 직방이 국토교통부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9월 1일부터 18일까지 분당구 아파트는 신고가를 49건 기록해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많았다.
광명에서는 신규 주택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20일 찾은 광명 ‘철산역자이’ 모델하우스 현장은 긴 줄이 늘어서 있어 입장하는 데만 20분 넘게 소요됐다. 모델하우스의 한 관계자는 “오픈 첫날인 19일보다 관람객이 적은데도 이 정도”라고 전했다.
이 아파트는 광명 최초로 분양가가 15억 원을 넘어섰다. 모델하우스를 찾은 한 공인중개사는 “분양가는 부담이지만 이 정도 입지에 이만한 신축은 없다”며 “광명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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