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을 이끄는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의 노보노디스크와 ‘마운자로’의 일라이릴리가 ‘먹는 비만약’ 개발을 둘러싼 경쟁에서도 치열하게 움직이고 있다. 일라이릴리의 먹는 비만치료제 ‘오포글리프론’은 연내 미 식품의약국(FDA) 가능성이 제기되고, 위고비의 먹는 약 버전은 주사제와 비슷한 치료 효과를 보였다는 임상 3상 결과도 나왔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로이터통신은 월가 분석가들을 인용해 ‘오포글리프론’이 FDA의 신속심사 프로그램을 통해 연내 승인될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최근 보도했다. 월가의 관측에 따르면 FDA가 최근 도입한 ‘국가 우선 심사 바우처(Commissioner's National Priority Voucher)’ 제도를 통해 오포글리프론도 1~2개월내 승인될 수 있다. 이 경우 기존 FDA가 신약 허가심사에 들이는 기간이 평균 10개월인 점을 고려하면 오포글리프론의 허가심사 기간은 훨씬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오포글리프론은 릴리가 개발 중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기반 경구용 비만치료제다. 최근 임상시험에서 평균 12.4%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 로이터는 “릴리는 미국 내 생산 시설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우선시하는 정책 방향과도 맞물린다”고 전했다.
릴리는 연말 오포글리프론의 품목허가 신청을 FDA에 정식으로 낼 계획이다. 데이브 릭스 일라이릴리 최고경영자(CEO)는 CNBC 인터뷰에서 “내년 이맘때쯤 전 세계 출시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오포글리프론이 예상보다 1개 분기 앞당겨 출시될 경우 릴리에 10억 달러의 추가 수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분석했다.
제프리스의 아카시 테와리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에 “오포글리프론은 고부담 만성 질환을 치료하며 가격 경쟁력이 있어 이번 시범 프로그램에 적합한 후보”라며 미국에서 고가 전략 대신 낮은 수준의 글로벌 가격을 적용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로이터는 FDA가 현재 노보노디스크의 경구용 GLP-1 비만치료제도 심사 중이며, 4분기 중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난 2월 노보 노디스크는 1일 1회 복용 경구용 위고비에 대한 신약 신청서(NDA)를 제출한 바 있다. 현재까지 체중 감량 목적으로 FDA 허가를 받은 경구용 GLP-1 약물은 없다.
노보노디스크는 최근 발표한 임상 3상에서 먹는 위고비가 비만 환자의 체중을 16.6% 감소시켰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25㎎의 효능과 안전성을 조사하기 위해 64주 당뇨병이 없고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하나 이상 있는 비만 또는 과체중 성인 307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인 ‘OASIS 4’를 진행했다..
그 결과 64주차 먹는 위고비 25㎎을 투약한 환자군은 평균 체중 감소율이 16.6%를 나타냈으며 이 중 34.4%가 체중감소율 20% 이상을 기록했다. 반면 대조군은 체중감소율 2.7%에 그쳤다.
또한 먹는 위고비 25㎎ 제품을 복용한 환자군은 위고비 주사제와 마찬가지로 대조군에 비해 심혈관 위험 요인과 일상생활 활동 향상 개선에 도움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성과 내약성 프로파일은 주사제와 일치했다.
마틴 홀스트 랑게 노보노디스크의 수석 부사장은 “현재 미국에서 비만 환자 중 2% 미만이 비만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으며, 정제 형태의 위고비는 경구 치료에 대한 환자의 선호도를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며 “FDA 승인이 예정된 상황에서 예상되는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충분한 공급이 확보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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