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채권 투자에 관심 있던 A부장은 얼마 전에 미국 채권에 투자하는 간접투자 상품에 가입했다. 2025년 들어 미국 10년 채권금리는 4.00~4.50% 사이의 박스권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는데 미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금리가 높은 수준이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에 이자수익만 꾸준히 얻어도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채권금리가 내려간다면 채권가격 상승으로 인한 자본차익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A부장이 미국 채권형 상품에 가입한 이후 채권금리는 점차 하향 안정되기 시작했는데 과연 A부장은 계속 원하는 수익을 얻을 수 있을까?
미국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회의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라고 하는데 9월에는 16~17일(현지시간)에 개최되었다. 한국 시간으로는 18일 새벽에 결과가 공개되었는데 예상대로 기준금리가 25bp 인하되었다. 그동안 미국 채권금리는 왜 박스권에서 움직였는지, 향후 어떤 요인이 기준금리 변화에 영향을 미칠지 등을 알아보고 향후 금리변화에 대한 힌트를 얻어보자.
미국 채권금리가 박스권에서 움직인 첫 번째 이유는 물가 하락세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물가가 연준이 목표로 하는 2% 이내로 진입할 것이라는 확신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상황에서는 기준금리를 내릴 수가 없다. 더군다나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에는 관세 부과가 인플레이션에 미칠 영향에 대해 불확실성이 매우 높았던 시기였다.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의견도 존재하지만 반대로 경기둔화와 물가상승을 초래한다는 의견도 상당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사전에 예단해서 움직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다음 원인으로는 고용지표가 긍정적으로 발표되면서 투자자들이 경기둔화에 대해 확신하지 못했다는 점도 중앙은행이 금리인하를 주저하게 만든 원인 중 하나로 보인다. 다른 경제지표들은 경기둔화 가능성을 암시했지만 실업률이나 비농업 신규 일자리수와 같은 고용지표들은 미국 경기가 여전히 양호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경기가 둔화된다면 실업률이 점진적으로 상승하거나 신규 일자리수가 감소해야 하는데 이런 지표들이 예상보다 양호하게 발표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그러나 7월 고용지표가 발표되면서 이런 상황은 일시에 바뀌게 되었다. 7월 비농업 신규 일자리수가 예상치를 하회한 것은 물론 5~6월 고용 수치가 이전 발표치 대비 25.8만 명 하향되었기 때문이다. 8월 고용지표는 실업률이 기존 4.2%에서 4.3%로 상승하면서 연준의 금리인하 전망이 결정적으로 강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연준이 물가보다는 고용시장에 집중해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금융시장의 확신이 더욱 세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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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위해서는 경기 둔화 가능성과 더불어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는 증거도 필요하다. 물가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선택할 카드는 금리인상이지 금리인하가 아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미국과 주요국이 관세협상을 진행하면서 투자자들은 관세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미국의 관세협상 결과 실효 관세율은 2.4%에서 18.3%로 상승했으며 수입업체가 모든 관세를 혼자서 부담하지 않는 이상 결국에는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물가 상승 우려에 대해 파월 의장은 연준의 시각을 말해줬다. 그것은 바로 “인플레이션 여파가 더 지속될 가능성도 있지만 관세 여파가 단기적이고 일회성 변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이다. 즉 관세 여파로 인해 물가가 상승할 수 있지만 혹시 오른다고 하더라도 그 여파는 길지 않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연준은 물가에 따른 속도 조절은 있을지 몰라도 계속 금리를 인하할 명분은 가지게 된 것이다.
연준 위원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향후 금리인하 경로를 ‘점도표(Dot Plot)’라는 형태로 제시하는데 올해 중에서는 추가로 2회의 금리인하를, 2026년 1회, 2027년 1회의 금리인하 경로를 제시했다. 올해 중 금리인하 폭은 금융시장의 예상과 일치하지만 내년 금리인하 폭은 금융시장의 예상보다 적게 제시했다. 금융시장에서는 2026년 상반기에만 2회의 금리인하를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과 연준의 2026년 기준금리 전망에 대해 현재는 간극이 존재하지만 향후에는 고용지표가 둔화될수록 인플레이션 우려가 낮아질수록 금리인하 전망이 강해질 것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는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이 금융시장의 최고 관심사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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