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17이 국내에 출시되자마자 예상치 못한 논쟁거리가 생겼다. 최신 아이폰의 주인공이 20대도, 30대도 아닌 ‘영포티(Young Forty·젊은 40대)’로 지목되면서다. 온라인에서는 “젊음의 상징이던 아이폰이 이제는 부장님폰이 됐다”는 비아냥과 함께 패러디 이미지가 퍼지고 있다.
“아이폰17, ‘부장님폰’ 전락”…4050 정치성향까지 조롱
19일 출시된 아이폰17을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이폰17 지름신 방지샷. 영포티 중년 아이템'이라는 그림이 화제를 모았다. 볼캡에 로고 티셔츠, 청반바지 차림의 40대 남성이 오렌지색 아이폰17 프로맥스를 들고 있는 그림이다. 어깨엔 크로스백, 손에는 나이키 에코백까지. 젊음을 과시하는 듯한 스타일링이 “이제 아이폰은 영포티들의 아재폰”이라는 조롱으로 소비됐다.
댓글 반응도 엇갈린다. “부장님이 맥스 자랑하면 절대 안 산다”, “영포티가 아이폰 더 좋아한다” 같은 부정적인 댓글이 쏟아지는가 하면 “취향 문제 아니냐”, “그저 개성 표현일 뿐”이라는 옹호도 나온다.
아이폰17 밈은 단순 소비 풍자를 넘어 정치적 색채까지 입었다. 보수 성향 유튜버들은 ‘영포티 패키지’라며 나이키, 구찌, 에어팟 같은 소비 아이템에 ‘노재팬’ 운동, 김어준, JTBC 로고를 얹은 이미지를 공유했다. 40·50대가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하다는 데이터를 근거로, 소비와 정치까지 한꺼번에 놀림감으로 만든 셈이다. 실제로 2022년 대선 당시 40대의 72.7%, 50대의 69.8%가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다.
‘영포티’, 주요 소비층에서 왜 조롱의 아이콘이 됐나
영포티란 말은 원래 부정적이지 않았다. 2015년 마케팅 용어로 등장해 ‘젊은 감각을 유지하며 소비를 주도하는 40대’를 뜻했다. 건강·웰빙, 자기관리, 취미·여가를 중시하고, 스마트폰과 SNS 등 디지털 문화에도 능숙한 ‘젊은 중년’ 이미지였다. 실제로 영포티 세대는 경제력과 트렌드 감각을 동시에 지닌 소비층으로 각광받아왔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젊음을 과하게 강조한다”, “중년답지 않다”는 부정적 반응이 늘면서 조롱의 소재로 쓰인다. 아이폰17 밈처럼 젊은 세대의 영역이라 여겨진 상품을 쥔 영포티의 모습은 ‘어색한 흉내’로 해석되기도 한다.
결국 이번 아이폰17 ‘영포티 논란’은 세대 갈등의 또 다른 장면이다. MZ세대는 “아저씨 흉내”라며 비웃고, 영포티는 “원래 우리가 초창기 아이폰 세대”라며 억울해한다. 한 누리꾼의 말처럼 “한글 배우던 시절부터 아이폰 들고 다니던 게 지금 40대”이기도 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처럼, 젊게 살고 싶다는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다만 그 표현 방식이 공감을 얻지 못하면 ‘밈’이 되고 조롱의 대상이 된다. 이번 아이폰17 논란은 영포티 세대가 가진 힘과 동시에 그들이 짊어진 세대 간 오해와 갈등을 그대로 드러낸 사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영포티는 처음에는 사회를 앞서가는 소비층으로 긍정적인 의미를 가졌다”며 “그러나 지금은 지나치게 꾸미고 자기 즐거움만 추구하는 세대로 비치면서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젊은 세대의 시선에서 4050 세대는 사회·경제적으로 안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자기애가 강하고 자기 중심적 소비에 집중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며 “이 같은 모습이 과시적으로 비치면서 세대 갈등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세대 갈등이 줄어들려면 4050 세대는 후배 세대를 생각하는 배려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2030 세대는 이들을 존중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노력이 공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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