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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2200건…'산재 트라우마' 급증에도 상담사는 부족

산재 트라우마 상담 매년 증가세

외국인 방문자도 두배 이상 늘어

상담인력은 센터 당 1~2명 그쳐

"동료·목격자 대상 지원 확대해야"

울산 한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업재해가 해마다 늘면서 관련 트라우마의 심각성도 커지고 있지만 상담 인력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본적인 재해 예방과 함께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터로 복귀할 수 있도록 정신 건강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근로자건강센터의 산재 관련 트라우마 심리상담 건수는 2022년 2785건에서 지난해 2917건으로 증가했다. 산업재해자 수가 같은 기간 13만 348명에서 14만 2771명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특히 올해는 6월까지의 상담 건수만 2290건에 달하면서 연간 약 4000건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의 근로자건강센터는 전국 24곳에 설치돼 직종별 유해 요인을 파악하고 맞춤형 건강 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필요시 지역 의료기관과도 연계한다. 2018년부터는 산하 기관인 직업트라우마센터를 운영 중이다. 트라우마 전문 상담사를 배치해 중대 산업사고,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성폭력 사건 등을 겪은 피해자들의 심리 회복을 돕고 있다.

상담 대상에는 재해 당사자뿐 아니라 목격자, 사고 수습자, 동료 등도 포함된다. 직업트라우마센터의 한 관계자는 “목격자 중 산재 장면이 계속 떠오르거나 뉴스에서 비슷한 사건을 접했을 때 발작을 일으키는 사례도 있다”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트라우마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문제는 산재 트라우마가 점차 누적되는 반면 심리상담 전문가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상담 인력은 각 근로자건강센터에 1명, 직업트라우마센터에 2명 배치되는 데 그치고 있다. 직업트라우마센터가 2022년 13곳에서 올해 24곳으로 늘어나는 동안 상담사 수는 제자리걸음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 별도 의료진도 없다.



‘지원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인력 확충은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센터는 산재 발생 시 당사자에게 연락해 상담 절차를 안내하고 있지만, 사고 규모가 비교적 작은 경우에는 근로자가 직접 방문해야만 지원이 가능하다. 상담 제도 자체를 알지 못하는 노동자도 많아 홍보를 강화하는 등 지원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4일 서울지방노동청 앞에서 이주노동자 평등연대·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주최로 열린 2025년 온열·산재·괴롭힘 사망 이주노동자 추모와 베트남 청년노동자 응오뚜이롱 49재에서 한 참석자가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전담 인력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근로자건강센터에서 산재 트라우마 심리상담을 받은 외국인은 2022년 74건에서 지난해 167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지만 언어 장벽 등으로 이들의 상담 접근성은 낮은 상황이다. 외국인 근로자의 산재 신청은 지난해 처음으로 1만 건을 넘어섰다.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는 “현장 목격자나 동료가 겪는 심리적 충격도 결코 가볍지 않다”며 “그럼에도 사고가 난 작업장에 빠르게 복귀하도록 하는 등 이들의 트라우마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라우마를 ‘개인의 나약함’으로 치부하지 않도록 사업장에서 심리 상담과 치료를 적극 권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용우 의원은 “상담이 늘어나는 것은 노동자 정신 건강이 위험한 수준이고 동료의 죽음 등 충격에도 조력을 받지 못한다는 증거”라며 “산재 트라우마 상담 전문 인력을 확충하고 정신건강 지원책을 강화하는 등 정책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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