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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축출법' vs '방송 개혁 완수'…논란의 방통위 폐지법 [법안 돋보기]

방통위 17년 만 폐지되고 방미통위 신설돼

2008년 여야 합의제 기구로 출범한 방통위

尹정부 들어 방통위 '식물 기구' 전락 비판도

방미통위, 비상임위원 수 늘려 공영성 강화

"자진 사퇴 없다" 밝힌 이진숙, 사실상 해임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9일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방송통신위원회를 폐지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안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17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1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를 통과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은 방통위를 폐지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방통위 폐지에 대한 여야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여당은 “방송 개혁을 위한 기틀이 마련됐다”며 환영하는 반응을 보였지만 국민의힘은 “사실상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축출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죠. 논란의 방통위 폐지법은 어떻게 흘러왔을까요?

방통위, 與野 합의제 기구로 출범


방통위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고 방송의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출범한 조직입니다. 대통령 직속 기관이지만 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여야 합의제 기구를 표방했습니다. 방통위는 5명의 상임위원 가운데 대통령이 2명(위원장 포함)을 임명하고, 여당 1명, 야당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구성됐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대통령 직속 기구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져 왔습니다. 재적 과반으로 의결이 처리되기 때문에 야당 몫의 2인이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3년의 임기는 보장됐지만 퇴임 이후 거취 등의 이유로 추천권자의 입김에서도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공영방송 이사 선임·방송 재허가 심사 등 핵심 의제가 정권 구도에 따라 흔들려 왔습니다.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023년 경기 정부과천청사 방통위에서 사퇴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尹 정부 들어 방통위 극단 파행 반복


윤석열 정부 들어 방통위의 구조적 갈등이 극단적으로 표면화됐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야당 추천 몫의 위원 임명을 거부하면서 방통위 5인 체제가 깨지게 된 겁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후 위원을 추천하지 않으면서 방통위는 파행으로 얼룩졌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윤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이동관·김홍일 위원장은 야당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자 모두 표결 전 자진 사퇴했습니다. 위원장을 잃은 방통위는 한때 시계제로 상태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이진숙 위원장의 취임 이후 방통위는 2인 체제로 가동됐습니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7월 취임 직후 MBC (방송문화진흥회)와 KBS의 이사 추천 및 임명을 강행해 논란을 빚었습니다. 법원은 2인 체제 의결이 위법하다며 제동을 걸었고 이 과정에서 이 위원장은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로 직무 정지가 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방통위는 격랑에 휩싸였습니다.

9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김현 소위원장이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이날 소위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 방통위 폐지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출범을 위한 법안 심사를 시작했다. 연합뉴스


방미통위, 비상임위원 수 늘려 의사결정 권한 분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설치로 방통위의 오랜 갈등을 끊어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방미통위는 기존 방통위 5인 체제에서 상임위원 3명과 비상임위원 4명, 7인 체제로 개편됩니다. 상임위원은 정부와 여야가 각각 1명씩 추천하고, 비상임위원은 국회 교섭단체 의석수에 따라 추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비상임위원의 수를 늘려 의사결정 권한을 분산해 특정 정당이나 세력이 방미통위를 장악하기 어렵게 만드는 방식으로 방송의 공영성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여기에 더해 국회 추천 몫을 늘려 기구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도 있습니다.



담당 역할도 강화됩니다. 방미통위는 기존 방통위 역할에 더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담당하는 유료 방송 등 미디어 진흥 관련 기능도 담당합니다. 기존 방통위는 지상파 방송,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 채널을, 과기정통부는 케이블TV, IPTV 등을 각각 관장해 왔지만 이를 한데 모아 정책 일관성을 높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방송3법도 방미통위 신설 배경 중 하나입니다. 방송3법은 공영방송의 이사 선임과 사장 임명 절차를 바꾸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법의 시행을 위해서는 방통위 의결이 필요하지만 이 위원장 1인 체제의 ‘식물 방통위’로는 법 집행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방미통위가 출범하면 방송3법 시행도 속도를 낼 전망입니다.

방미통위가 신설되면 이 위원장은 사실상 해임됩니다. 기존 방통위 소속 공무원은 방미통위 소속으로 승계되지만 정무직은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입니다. 기존 법안대로면 이 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8월까지입니다. 이 위원장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정부여당과 각을 세워온 만큼 일각에서는 ‘이진숙 축출법’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숙 임기 종료법’ VS ‘언론 독립 확보’ 격돌


국민의힘은 “겉으로는 조직 개편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현직 방통위원장을 끌어내리기 위한 ‘이진숙 임기 종료법’”이라며 “특정인을 겨냥해 입법을 동원하는 행위는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파괴하는 만행”이라고 질타했습니다. 국회 과방위 국민의힘 간사 최형두 의원은 “이 위원장 한 사람 몰아내겠다고 이렇게 큰 법 체제를 흔들고 있다”며 “위인설관이라는 말은 들어봤지만 위인폐관 입법은 처음 들어본다”고 항의했습니다.

이 위원장도 “이번 방통위 조직 개편안은 사실상 이진숙 축출법”이라며 “방통위는 대통령을 위해 봉사하는 기관이 아니다”라고 직격했습니다. 또 “자진 사퇴는 부정과의 합작이자 부정에 대한 협력이라 생각한다”며 자진 사퇴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반면 국회 과방위 더불어민주당 간사 김현 의원은 “수차례에 걸쳐 방미통위가 왜 필요한지 설명했다”며 “이 위원장 1인을 위해 법이 만들어졌다고 얘기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새 정부가 국민의 선택을 받아 정부 조직을 개편하는 것”이라며 “온갖 비리와 혐의로 수사를 받는 이 위원장을 축출하기 위해 이런 법을 만들었겠나”라고 반박했습니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방미통위 출범을 두고 “정부·여당은 지난 정부의 거듭된 재의요구권 행사로 좌절되었던 방송 개혁 과제를 마침내 완수하며 언론 독립을 확보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냈다”며 “방미통위는 방송진흥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로서 공정하고 투명한 미디어 환경을 조성하는 중책을 맡게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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