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21일 심야에 미 공군의 B-2 스텔스 폭격기 편대가 이란의 주요 핵 시설 3곳을 기습 타격했다. 일명 ‘심야철퇴’(Operation Midnight Hammer) 작전이다. 이 작전은 포르도(Fordow) 우라늄 농축 시설처럼 산악 지역의 지하 80~100m 깊숙이 위치한 핵 시설을 겨냥해 무게가 3만 파운드(약 1만3600㎏)에 달하는 공중 투하용 초대형관통폭탄 MOP(Massive Ordnance Penetrator), 즉 ‘벙커버스터’의 사상 첫 실전 투하라는 점에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미국 보잉社가 만든 이 폭탄은 정밀 유도 방식으로 폭발 전 순수 운동력만으로 지구 경도에 따라 60m 이상의 바위와 흙을 뚫고 들어갈 수 있다. 길이 6m에 이른다. 정밀 유도 방식이기 때문에 이론상 한 지점에 여러 개의 폭탄을 투하할 수 있다.
작전이 끝난 후 댄 케인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이란 핵 능력을 무력화하기 위한 정밀 군사 작전이었으며, 민간인이나 이란군 병력에는 피해를 주지 않았다”며 “초기 피해 평가 결과, 세 시설 모두 극심한 피해를 입었고 목표한 지점을 정밀 타격해 원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 작전 성공으로 이란 핵 시설이 “완전히 제거됐다(total obliteration)”고 자랑했다.
그러나 정작 미 국방정보국(DIA)은 농축 우라늄 등 이란 핵 프로그램 핵심 요소를 완전히 파괴하지 못했다고 평가해 논란이 되고 있다. 1차 평가이긴 하나 미군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란 핵 프로그램을 불과 6개월 미만으로 퇴보시킨 데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DIA는 미 국방부 산하 해외 군사 정보를 수집하는 조직이다.
이와 관련 미 뉴욕타임스(NYT)는 미 국방정보국(DIA)의 5페이지짜리 초기 평가 보고서를 입수했다며 “지하 시설은 파괴되지 않았고 이란의 농축우라늄 재고 대부분이 미국의 공격이 있기 전 옮겨졌다”고 보도했다.
종합하면 미국이 처음으로 펼친 벙커버스터 실전 투하 작전에서 MOP는 이란의 주요 핵 시설에 상당한 피해를 줬지만 지하 깊숙이 위치한 시설들은 완벽한 파괴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가 우세한 모습이다.
따라서 이번 미국의 심야철퇴 작전 이후 주목할 점은 강력한 성능에도 실제로 포르도의 핵 시설을 GBU-57이 무력화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가장 강력하다는 미 공군의 벙커버스터로도 고도로 강화된 표적은 100% 파괴를 장담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한반도 유사시 지하 깊숙이 설치된 북한의 핵 시설을 선제 타격하는 시나리오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북한은 이란의 사례보다 훨씬 더 복잡한 전략적 계산이 필요하기에 그렇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한 지하 군사시설망을 구축한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이는 6·25전쟁 당시 유엔군의 맹폭을 겪은 이후 북한은 전 국토에 걸쳐 수천 개의 갱도와 지하시설을 건설해 군 전력을 안전하게 보존하고 기습 공격에 대비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북한 전역에 6000개 이상의 군사용 지하시설이 존재하고 상당수가 화강암 지대에 구축됐다. 심지어 평양 지하에는 북한군 지휘부가 쓰게 될 300m 깊이에 이르는 초대형 지휘 벙커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전례 없는 규모의 지하 요새화 전략은 한미 군 당국 입장에선 이란 작전에서 드러나 MOP의 ‘한계’를 완벽하게 제거하지 않는다면 한반도 유사시 전쟁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한미 군 당국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이란과 달리 북한의 은폐 전략은 단순히 깊이 파묻는 것에 국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도화된 복합적 기만·방호 전술이 동원되고 있다.
당장 다중 갱도망 구축이다. 하나의 핵 시설에도 여러 개의 진입 터널과 연결 통로를 만들어 한두 곳이 파괴돼도 다른 경로로 접근하거나 일부 설비를 보호한다.
다음으로 위장 및 모의(fake) 시설이다. 북한은 중요 시설 근처에 가짜 시설이나 모조품을 만들어 정찰위성을 교란시킨다. 여기에 전자·통신 시설을 철처하게 은폐한다. 지하시설임을 드러내는 전자신호나 통신을 최대한 감추고 있다. 우라늄 농축시설의 경우 대규모 전력 소비가 필요한데 북한은 모둔 전력선을 지하로 매설하는 등의 수법으로 대규모의 전력 소모 패턴이 노출되지 않게 운용하고 있다.
방호 시설에 특수 공법을 적용해 방어 능력도 대폭 강화했다. 지하 갱도의 천장과 벽을 특수 콘크리트로 라이닝(lining)해 관통폭탄의 위력을 감소시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관통폭탄에 의한 충격 시 자동 분산돼 탄두가 목표에 도달하기 전에 위력을 소진시킨다.
마지막으로 지하 핵 시설의 분산 전략이다. 북한은 한 두 곳이 피격되도 중요 부품이나 예비 원심분리기, 핵물질 등을 지하시설 여러 곳 또는 외딴 장소에 분산 보관함해 특정 시설 파괴 시에도 프로그램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게 대처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의 지하 핵시설은 물리적 깊이, 구조적 강도, 기만적 운용 등 여러 측면에서 외부 공격에 대한 복원력을 극대화하도록 설계·운영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핵심 지도부의 생존과 2차 공격 능력 보존은 북한 핵 전략의 핵심으로 북한이 주요 지하벙커에 대한 안전에 사활을 거는 것은 이 같은 이유다.
벙커버스터(MOP)로 불리는 폭탄으로는 GBU-28과 GBU-57이 있다. 지표면을 뚫고 들어가 내부에서 폭발하는 방식으로 구조물을 무너트려 지하 핵 시설 등을 파괴하도록 특화돼 있다. 하지만 이번 이란 작전처럼 미국의 GBU-57은 60피트(18m) 이상의 콘크리트를 관통할 수 있지만 북한의 핵심 지하벙커 상당수는 이보다 10배 이상 깊이에 위치해 있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괴물미사일’이라는 별명의 한국군이 운용하는 ‘현무-5’ 지대지 탄도미사일은 GBU-57의 위력을 능가해 ‘지하 100m까지의 관통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를 ‘전술핵무기’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현무-5 역시 광범위한 지하터널 시스템을 모두 파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작전적 한계에 직면하고 있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2024년 미 공군은 MOP의 신형 신관 개발과 함께 향후 MOP 후속탄 개발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기존 MOP를 업그레이드한 ‘차세대 관통폭탄’(Next Generation Penetrator·NGP)’의 개발이다. MOP보다 관통력과 정밀도가 향상된 NGP는 미 공군의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 ‘B-21’ 레이더(Raider)에 통합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2025년 6월 26일 미 상원 청문회에서 공군 참모차장 데이비드 올빈은 “이제 MOP 후속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할 때”라며 NGP 개발이 진행 중임을 시사한 바 있다.
미국이 NGP 개발에 나서는 가장 큰 목표는 기존 MOP보다 더욱 ‘강력하고 영리한’ 벙커버스터다.
우선 탄두 중량을 대폭 늘렸다. 최대 2만 2000파운드(약 10t)에 달해 MOP의 4배 가까운 중량이다. 탄두 중량 증가는 관통력과 파괴력 증대 효과가 크다. 동시에 NGP는 전체 무게와 크기를 줄이도록 설계되고 있다.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 B-21 레이더(Raider)의 내부무장 능력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또 NGP는 ‘유도폭탄+미사일’의 하이브리드 형태로 만들어진다. MOP는 무유도 활강폭탄으로 폭격기가 목표 상공까지 침투해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NGP는 자체 추진 스탠드오프(standoff)를 적용해 폭탄에 로켓 모터나 제트 추진기를 장착함으로써 원거리에서 정확하게 목표를 타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여기에 유도 및 항법 기술도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미 공군 계약요구서에 따르면 NGP는 90% 확률로 CEP(미사일과 폭탄의 명중률을 나타내는 척도) 2.2m 이내로 명중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이를 위해 관성항법(INS)과 지형 참조, AI 기반 영상 인식 등을 융합한 시스템 등의 최첨단 항법 체계가 도입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이 적용되면 목표 지점 인근의 지형지물이나 건물 배치를 스스로 식별해 최종 단계 유도를 보정하거나, 전파 교란 환경에서도 자력으로 정확도를 유지하는 게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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