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에 따라 통합의 정치·국정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100일을 ‘회복과 정상화를 위한 시간’으로 규정한 이 대통령은 “남은 4년 9개월은 도약과 성장의 시간”이라면서 “‘진짜 성장’을 추진하고 결실을 함께 나누는 ‘모두의 성장’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컸던 대주주 양도세 기준은 현행 50억 원 유지 방침을 시사하고 상속세 배우자 공제 한도 상향 처리를 약속하는 등 일부 민생 정책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성장·통합을 위해 경청해야 할 기업과 야당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은 듯하다. 이 대통령은 기업 경영 리스크를 키우는 상법 개정에 대해 “기업 옥죄기가 아니라 악덕 기업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인공지능(AI) 전력 수요를 충당하려면 원자력발전 활성화가 불가피한데도 “무슨 십 몇 년을 걸려 원전을 짓느냐”며 재생에너지에 매달렸다. 전날 여야 원내 지도부 간 합의된 3대 특검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강경파의 반대로 하루 만에 무산된 것을 두고는 “협치와 야합은 다르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이 발언이 나오고 ‘더 센 특검법’은 이날 오후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대통령은 대법원이 사법권 독립성 침해를 이유로 반발하고 있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에 관해서는 “그게 무슨 위헌이냐”며 “모든 것은 국민 뜻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 권력 서열에서 최고는 국민이고, 국민 뜻을 가장 잘 반영한 것은 직접 선출 권력”이라며 “(임명 권력인) 사법은 정치로부터 간접적으로 권한을 받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사실상 사법부를 입법부의 종속 기관으로 폄하해 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분립 원칙을 흔드는 발언이다.
이 대통령은 갤럽 조사 기준 63%라는 역대 3위 지지율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새 정권에 대한 기대감이 경기 부진과 인사 실패, 독주하는 권력에 대한 실망을 덮은 ‘허니문 기간’이 끝나가고 있다. 아무리 말로 성장과 통합을 외쳐도 기업을 옥죄고 타협·경청을 거부하는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으로는 국민 지지가 이어질 수 없다. 이 대통령이 4년 9개월 뒤 ‘모두의 대통령’으로 남기 위해서는 진정성 있는 정책과 행동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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