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11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전체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의 방중에 대해 “해외 경험을 쌓게 하면서도 공개 행사장에는 등장하지 않게 하는 등 유력 후계자로 입지를 다진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국회 정보위 소속 여야 간사인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원은 김주애가 유력 후계자 입지에 필요한 혁명 서사는 충분히 확보한 것으로 분석했다”며 국정원의 보고 결과를 전했다. 이 의원은 “북한 내부적으로 기록영화, 노동신문 사진 게재 등을 통해 김주애가 김정은과 동행해서 방중한 사실을 알리고 또 현지 대사관을 방문했음을 자연스럽게 북한 주민들에게 공개한 모습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국정원은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에 그의 부인인 리설주와 여동생 김여정이 동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정원의 예상이 빗나간 것과 관련해 박 의원은 “아직은 리설주가 동행할 때가 아닌가 했는데 김주애가 동행하면서 오히려 세습에 조금 더 방점이 있지 않았나 한다”며 “(국정원이) 일부 부족한 점이 있었던 점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는 김주애를 제외한 또 다른 자녀 여부를 묻는 질의도 등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김주애 이외의 자녀가 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혹은 해외에서 유학 중이라는 여러 설이 있지만 유력하게 보지는 않고 있다”며 “특히 유학의 경우는 아무리 존재를 숨기려고 해도 드러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김주애를 후계자로 인식하고 그런 서사를 완성해가는 과정에 방중을 함께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라고 덧붙였다.
국정원은 또 “김정은이 이번 방중과 관련해 스스로 상당한 성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의원은 국정원 보고 내용을 전하면서 “(김정은이)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여하면서 다자외교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고 북중러 3국 연대를 과시하며 정상국가 지도자라는 모습을 보였다고 자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푸틴에 준하는 중국의 파격적인 예우를 받으면서 미국 1극 체제가 아닌 다극화 대열에 중국·러시아와 함께하고 있다는 점을 과시했다”고 했다.
이 의원은 “북한의 이러한 자평은 유리한 대외 환경이 조성됐다는 정세 인식하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며 “북러 밀착에 이어 북중 관계 개선에 방점을 두는 한편 향후 중국 방문을 통해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공세적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대화의 문턱을 높여 핵 군축 협상을 압박하되 물밑 접촉도 모색하는 전략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며 “대남 관계에서는 적대적 두 국가 기조 아래 한미 동맹 등의 추이를 탐색할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의 방중이 그의 의도대로만 흘러가지는 않았다는 것이 국정원의 또 다른 분석이다. 박 의원은 “그림상으로는 3국이 연대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실제 3자 정상회담이 있었거나 구체적인 정책 협의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진전은 없었다”며 “이런 점에서 서로 이견이 존재했던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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