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취임 11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사임 의사를 표명하면서 집권 자민당은 ‘새 총재 선출 모드’에 돌입했다. 10월 초 선거 실시가 유력하게 점쳐지는 가운데 차기 정권의 ‘부양책 기대’와 ‘재정 팽창 우려’ 등을 선반영하며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NHK 등에 따르면 자민당은 이르면 9일 총재 선거 방식을 결정할 방침이다. 현재 논의 중인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풀 스펙’으로 불리는 기본 방식이다. 국회의원 259명이 각각 1표를 행사하고 당원·당우 투표 결과를 259표로 환산해 반영한다. 이 방식을 채택할 경우 9월 22일 선거를 고시하고 10월 4일 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이 당내에서 논의되고 있다.
둘째는 긴급한 상황에서 일정을 단축하는 간이 방식이다. 국회의원 투표는 그대로 진행하되 당원·당우 투표는 광역지자체 지부 대표 투표로 대체하게 되는 만큼 의원 지지세가 높은 후보에게 유리하다. 2020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건강 문제로 물러났을 때 이 방식으로 17일 만에 후임을 뽑았다. 다만 모리야마 히로시 자민당 간사장은 “가능하면 당원이 직접 참가할 수 있는 형태를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풀 스펙 채택 방침에 무게를 뒀다.
차기 총리 선호도 조사에서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들이 각각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 ‘최연소 총리’ 타이틀을 거머쥐는 데 성공할지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모테기 도시미쓰 전 자민당 간사장과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등이 출마 의사를 굳힌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변수는 있다.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되며 현재 제1당은 자민당이다. 그러나 중의원과 참의원 모두 여소야대로 야당이 단합해 또 다른 총리 후보를 내세우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이날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케이225 평균지수는 장 시작과 함께 강세를 보이며 한때 4만 3838엔까지 올랐다. 이는 지난달 19일 장중 최고가(4만 3876엔)에 육박하고 18일 기록한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4만 3714엔)를 웃도는 수치다. 차기 정부에서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지수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재정 확장에 적극적인 다카이치의 부상으로 방위 관련 미쓰비시중공업, 원전 관련 도쿄전력 등이 3~4% 뛰었다. 고이즈미의 농업 개혁 추진 전망을 반영해 농기계 및 관련 기업 주가도 강세를 보였다.
반면 엔·달러 환율은 정치 공백에 대한 우려와 재정 확장 부담으로 장중 148.56엔까지 상승(엔화 가치 하락)했다. 특히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234.9%(3월 말 현재)로 확장재정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초장기채인 국채 30년물 수익률도 이날 한때 3.285%까지 상승해 3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일각에서는 정치 혼란으로 일본은행이 금리정책에 한층 신중해져 인상 시점이 늦춰지거나 인상 폭이 제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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