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판결로 패통탄 친나왓 전 총리가 물러난 가운데 태국의 새 총리로 건설 재벌 가문 출신 보수 인사인 아누틴 찬위라꾼(59) 전 부총리가 선출됐다.
태국 하원은 5일(현지 시간) 총리 선출 투표를 열어 아누틴 전 부총리를 신임 총리로 뽑았다. 그는 자신의 소속 당 품짜이타이당(69석)과 의회 1당 국민당(143석) 등 총 289석의 지지를 확보, 투표에서 당선에 필요한 247표 이상을 얻었다.
아누틴 당선인은 마하 와찌랄롱꼰 태국 국왕의 승인을 거쳐 정식 취임하게 된다. 총리 선출에 앞서 아누틴 당선인은 국민당이 제시한 집권 4개월 이내 의회 해산과 개헌 추진 등의 조건을 수용하고 국민당의 지지를 얻어냈다. 이 약속대로라면 아누틴 당선인은 내년 초 의회를 해산하고 이후 60일 안에 총선을 치르게 된다.
그가 이끄는 품짜이타이당은 당초 2023년 집권한 프아타이당 연정에 참여했다가 패통탄 전 총리와 캄보디아 실권자 훈 센 상원의장의 통화 유출 사건의 여파로 연정에서 이탈했다. 아누틴 당선인은 2019∼2023년 쁘라윳 짠오차 전 총리 내각에서는 보건부 장관으로 재임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을 총괄했으며 의료 목적의 대마 합법화 정책을 주도하며 국민적 지지를 받기도 했다.
한편 탁신 친나왓 전 총리는 4일 전용기를 타고 싱가포르로 향하던 중 돌연 항로를 변경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향했다. 탁신 전 총리는 2006년 군부 쿠데타로 권좌에서 물러난 뒤 2008년 부패 혐의 재판을 앞두고 해외로 도피했으며 2023년 귀국 전까지 주로 두바이에 머물렀다. 탁신 전 총리의 이번 두바이행은 아누틴 신임 총리의 당선을 일찌감치 예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탁신 전 총리가 태국에 계속 머물게 될 경우 정치적 영향력을 잃은 상태에서 이달 9일 ‘VIP 수감 논란’ 재판 관련 선고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때 도망자 신세였던 탁신 전 총리는 2023년 프아타이당 집권과 패통탄 총리 선출로 화려하게 부활했으나 2년 만에 다시 몰락 위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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