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에 따른 고용 침체 징후가 짙어지고 금리인하 기대가 확산하며 뉴욕 증시의 3대 지수가 일제히 뛰어올랐다.
4일(현재 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50.06포인트(0.77%) 오른 4만 5621.29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53.82포인트(0.83%) 상승한 6502.08, 나스닥종합지수는 209.97포인트(0.98%) 뛴 2만 1707.69에 장을 마쳤다.
시가총액 상위 기술주들이 모주 상승한 가운데 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의 자체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 소식에 연일 하락했던 엔비디아가 0.61% 오르면서 5거래일 만에 반등했다. 마이크로소프트(0.52%), 애플(0.55%), 아마존(4.29%), 메타(1.57%), 구글 모회사 알파벳(0.71%), 브로드컴(1.23%), 테슬라(1.33%), 넷플릭스(2.55%) 등도 오름세를 보였다. 미국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업체 세일스포스는 3분기 실적 전망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친 탓에 4.85% 급락했다.
이날 뉴욕 증시가 일제히 상승한 것은 미국 고용 시장이 악화하고 있다는 경기 지표가 잇따른 까닭에 이달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8월 24~30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3만 7000건으로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그 직전 주(22만 9000건)와 블룸버그 전망치(23만 건)를 모두 웃도는 수준이었다. 또 고용 정보 업체 ADP도 이날 민간 고용보고서를 내고 8월 신규 취업자 수가 5만 4000명 증가에 그쳐 시장 예상치(7만 5000명)를 크게 밑돌았다고 발표했다. 이는 7월(10만 4000명)보다도 저조한 성적표였다.
미국 노동부는 전날 공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서도 7월 구인 건수가 지난해 9월(710만 3000건)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적은 718만 1000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다우존스가 조사한 전문가 전망치(740만 건)보다도 한참 적은 수준이었다. 미국의 구인 건수는 5월 771만 2000건에서 6월 735만 7000건으로 떨어진 뒤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연준 또한 같은 날 경기동향 보고서(베이지북)를 통해 “미국 각지에서 소비자 지출이 정체했거나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며 “많은 가계의 임금 상승이 물가 상승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준은 “조사 대상자들은 경기 불확실성과 관세를 부정적 요인으로 자주 언급했다”며 “소매·숙박업 분야가 소비 감소에 대응해 각종 할인 행사를 제공하면서 국내 여행객의 수요를 지지했지만 해외 방문객의 수요 감소까지 상쇄하지는 못했다”고 짚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연준 압박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를 받는 리사 쿡 연준 이사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쿡 이사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재직한 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임명으로 최초의 흑인 여성 연준 인사가 된 인물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아드리아나 쿠글러 전 이사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지난달 7일 후임자로 지명된 스티븐 마이런 지명자는 이날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이 연준 이사가 되더라도 현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직을 사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결정에 개입할 수 있다는 의심의 여지를 남긴 셈이다. 마이런 지명자는 “나는 4개월 반의 짧은 잔여 임기만 채울 예정이라서 변호사의 조언대로 CEA 위원장을 사임하는 대신 무급 휴직을 하기로 했다”며 “더 긴 임기로 임명돼 인준된다면 난 전적으로 사임하겠다”고 말했다.
월가에서는 5일 미국 노동부가 내놓을 8월 고용보고서가 이달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의 금리 결정에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경기지표가 나빠지자 9월 기준금리가 25bp(bp=0.01%포인트) 인하될 확률을 97.3%로 반영했다. 차기 연준 의장 후보군으로 꼽히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노동시장이 나빠지기 시작하면 매우 빠른 속도로 악화한다”며 “다음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개시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3∼6개월 동안 복수의 금리 인하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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