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이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거취를 결정할 조기 총재 선거 실시 여부를 오는 8일 결정하기로 한 가운데 당내 영향력 있는 의원들의 목소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의 앙숙으로도 알려진 아소 다로 자민당 최고고문은 조기 총재 선거 실시를 요구하기로 뜻을 굳혔다. 아소 고문은 이날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아소파 행에서 이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파벌 소속 의원 43명의 결정(조기 선거 실시 찬반)을 구속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소 고문은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대패 직후 이시바 총리와 만나 ‘총리 임기 계속’ 의사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아소 고문은 이시바 총리가 퇴진 의사를 분명히 밝히지 않아 당이 분열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바 총리는 2009년 아소 정권 당시 농림수산상이었으나 도쿄도 의회 선거 패배 이후 반(反) 아소 세력의 총리 퇴진 요구에 사실상 동조해 아소 고문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 왔다.
조기 총재 선거를 둘러싸고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그는 환경·법무 부처의 젊은 차관급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조기 선거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 비판적인 평가가 나오자 “위기의식을 드러내는 것은 당연한 자세”라고 옹호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이시바 내각의 일원이라는 신분과 별개로 조기 선거 찬반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 조기 선거 찬성 쪽으로 기울 경우, ‘포스트 이시바’ 후보로서 차기 주자 반열에 오르겠지만 동시에 현 총리에게 반기를 드는 위험 부담도 안게 된다. 최근 그는 아소 고문,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 등 당내 유력 인사들과 잇따라 회동하며 정책 논의를 이어가고 있어 ‘차기 레이스’와 연계된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이시바 총리는 전날 자민당 의원 총회 이후 취재진과 만나 “적절한 시기에 책임을 판단하겠지만 우선은 국민이 원하는 것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며 총리직 유지 의사를 거듭 밝혔다. 이에 자민당 총재 선거관리위원회는 조기 총재 선거 실시 여부와 관련해 “8일에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조기 총재 선거를 원하는 의원은 8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서명·날인한 서류를 당 본부에 제출해야 하고, 광역지자체 지부는 8일 오후 3시까지 메일이나 우편으로 보내야 한다. 결과는 8일 발표되며, 조기 총재 선거를 요구한 의원 이름도 공개된다.
자민당 의원 295명과 광역지자체 지부 대표 47명 등 총 342명 가운데 과반수인 172명 이상이 찬성하면 총재 선거를 앞당겨 치를 수 있다. 이시바 총리의 당 총재 임기는 2년가량 남아 있다.
이시바 총리의 운신의 폭은 더 좁아졌다. 선거 연패로 흔들렸던 당내 리더십은 전날 모리야마 히로시 간사장을 비롯해 당 총무회장과 정조회장, 선대위원장 등 당4역이 모두 사의를 표명하면서 더 위태로워졌다. 이시바 총리가 사의를 받아들이는 것과 별개로 당 4역이 선거 대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면서 총리는 사실상 고립상태에 빠졌다. 아사히신문은 “총리가 가장 두려워했던 것이 당직자들의 잇따른 사의 표명"이라며 “그렇지 않아도 당내 기반이 약한 총리가 후임 인사를 단행하기란 어려운 상황이라 정권 운영이 어려워질 위험이 커졌다”고 짚었다. 마이니치신문도 "의원 총회 이후 총리 주변에서는 '조금씩 연명하고 있는 느낌'이라는 말이 나온다"며 이시바 정권의 가시밭길이 지속될 것이라고 해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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